30년 넘게 이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홍모(62)씨는 최근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대출 상품을 알아봤다가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업력 7년 이상 업체는 최근 1년간 매출보다 차입금(대출잔액 합계)이 많으면 대출이 제한된다는 조항 때문이다. 홍씨는 "손님이 줄어 매출보다 빚이 많아진 탓에 지원할 수 없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일했는데 왜 차별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저신용 소상공인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대출 사업에 업력 기준 논란이 일고 있다. 업력 7년 이하 업체에 대해서는 부채비율과 대출액을 고려하지 않지만, 7년 초과 업체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16일부터 개인 신용평점 744점 이하(나이스평가정보 기준)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3000만원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신청기한은 총 공급액 8000억원이 소진될 때까지다. 대출한도는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며, 5년간(2년 거치·3년 상환) 연 2%의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접수 당시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업력이 90일만 넘으면 부채비율과 대출액 규모 등 재무상태를 보지 않고 자금을 빌려줬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아 1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소상공인이 저리로 자금을 융통하기 몰리면서 16일부터 시작된 1차 접수는 4일 만에 마감됐다. 2~3월에 예정된 2·3차 모집에도 상당한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력 7년이 넘는 저신용 소상공인은 이 대출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업력 7년 이내까지를 '창업기업'으로 보고 우대하는 중기창업지원법에 따라 중기부가 업력에 따라 심사 기준을 달리하고 있어서다. 7년을 넘어선 업체는 표준재무제표 상 부채비율이 700%를 초과했거나 총차입금이 매출액(최근 1년간 매출액 혹은 당기 매출액)을 넘어서면 대출이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이 조건을 만족하는 업체가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은 3억5000만원에 달했다. 개인대출과 사업자 대출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반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소상공인 사업체 한 곳당 평균 매출액은 2억2400만원이다. 매출보다 빚이 많은 소상공인이 많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사업장을 운영했던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이후 똑같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동일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경기도 파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임모(64)씨는 "지난 2020년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받으면서 빚이 7000만원 늘어 추가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업력이 짧은 자영업자들은 같은 정책자금을 지원받고도 이번 대출까지 지원할 수 있다니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전체 소상공인 중 업력 7년 이상인 곳은 통상 30% 수준이고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경우 이 비중이 더 높다"면서 "(정부의 업력 조건은)창업 초기 업체일수록 생존율이 낮은 현실을 감안한 조치겠지만, 지금은 업력과 상관없이 소상공인 대부분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업력 7년 초과 사업장의 재무상태를 더욱 까다롭게 보는 것은 코로나 이전부터 적용됐던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업력이 짧은 창업자를 우대하는 기존 관행을 따랐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집행과정에서 지원대상 및 융자조건 등은 변경될 수 있다"면서 조건 변경 가능성을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