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352820) 레이블 ‘어도어’의 신인 그룹 뉴진스가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며 국내 최단 기록을 세웠다. 하이브는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방탄소년단(BTS)의 입대로 수익성이 흔들릴 우려가 나왔으나 뉴진스가 데뷔와 동시에 주력 아티스트로 자리잡으며 걱정을 덜어낸 모습이다. 증권가는 올해 새 걸그룹 프로젝트 시작으로 내년에 하이브의 이익 증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발매된 뉴진스의 신곡 ‘디토(Ditto)’ 는 지난 21일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 100′ 차트 96위에 올랐다.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서는 톱 100에 2주간 머물렀다. 국내 가수 가운데 데뷔 6개월 만에 이런 기록을 세운 건 뉴진스가 유일하다.

지난해 7월 데뷔한 신인 그룹 뉴진스.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에 이어 빌보드 메인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렸다. /어도어 제공

그간 K팝(케이팝) 아이돌이 미국 음반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한 사례는 많았다. 1위를 6번 달성한 BTS에 이어 그룹 스트레이키즈도 지난해 두 차례 정상에 올랐고 트와이스와 에스파, 있지(ITZY),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시티(NCT) 등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음반 판매 상위 10개 중 7개가 K팝이었다.

이는 K팝 아이돌의 음반(CD)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음악 시장 중 실물 음반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매출의 70%는 CD가 아닌 바이닐(LP)에서 발생하고 있다. 팬덤의 탄탄한 구매력을 기반으로 CD 판매량이 높은 K팝 아이돌이 글로벌 아티스트를 제치고 음반 차트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음원 판매,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빌보드 핫 100은 조금 다르다. 팬덤 인기 위주인 음반차트와 달리 핫 100은 대중적인 인기를 반영한다. 이 차트에 K팝 아이돌의 이름이 오른 건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이후 뉴진스가 처음이다.

또 업계는 해외 성적의 가늠자로 미국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성적을 주시하고 있는데, 뉴진스는 데뷔곡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에 이어 디토 역시 스트리밍 1억회를 달성했다. 월간 청취자 수는 트와이스를 뛰어넘고 일부 지역에서는 블랙핑크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진스가 스포티파이에서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에 이어 '디토(DItto)' 스트리밍 1억회를 달성했다. /어도어 제공

업계는 뉴진스가 BTS, 블랙핑크보다 빠른 기간에 이들만큼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진스의 성장은 과거 블랙핑크의 성장 패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티스트 활동 빈도가 잦고 간접매출 수익화에서도 압도적인 역량을 가진 하이브 산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블랙핑크 이상의 성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며 “뉴진스의 성공은 2분기 제작발표회를 가질 예정인 하이브의 새 걸그룹 프로젝트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뉴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해 10월 11만원대이던 하이브 주가는 세 달 만에 70%가 넘게 올랐다.

증권가는 하이브의 또 다른 신인 데뷔와 콘서트 등으로 매출 원가가 늘어 지난 4분기 성적은 전년 동기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024년에 본격적인 이익이 가시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하이브는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1조6550억원, 영업이익 2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각각 전년 대비 32%, 21% 성장한 수치다. 올해엔 매출 2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한 뒤 2024년에는 매출 2조600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진아 연구원은 “2023년도 순이익 성장률은 2022년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BTS 이외 아티스트의 빠른 성장이 확인되고 있다”며 “올해는 (뉴진스 등) 아티스트 성장이 두드러지고, 2024년에 본격적으로 이익이 오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