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 가격을 낮추면서 에너지 용량을 늘릴 수 있는데,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를 따돌리고 전기차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신기술로 평가받는다.
2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 포스코그룹, SKC(011790) 등이 실리콘 음극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전지 소재 부문 육성에 6조원을 투자한다. 특히 음극재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100% 실리콘으로 구성된 '퓨어 실리콘(Pure Silicon)' 기술은 개발 중이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음극재는 실리콘 탑재 비중이 5% 수준이다.
SKC는 작년 1월 영국 실리콘 음극재 기술 기업 넥세온에 8000만달러(약 990억원)를 투자해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했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고함량 실리콘 음극재(실리콘 15% 이상)는 현재 SK온 배터리에 탑재해 테스트 중인데,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SKC는 실리콘 음극재를 대량 양산할 공장도 설립한다.
포스코케미칼도 올해 실리콘 음극재 생산라인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는 지난해 7월 실리콘 음극재 기업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포스코는 2024년 상반기에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대주전자재료(078600)가 유일하다.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함량 5% 수준의 1세대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에 공급하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기술 개발을 통해 2027년까지 7% 함량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실리콘 음극재 양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배터리 생산 가격을 낮추면서 용량은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음극재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주로 쓰이는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는 흑연으로 만든다. 흑연 음극재는 그램(g)당 372밀리암페어(mAh)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실리콘 음극재의 에너지 밀도는 최소 400mAh 이상이다. 이는 전기차 1회 충전거리 연장이 가능한 에너지 밀도다. 흑연을 실리콘으로 100% 대체한 퓨어 실리콘 음극재의 경우 흑연보다 10배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흔한 광물이었던 흑연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몸값이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톤(t) 당 800달러(98만원) 수준인 흑연 가격이 2025년에는 1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도 심하다. 지난해 세계 흑연 생산량 중 82%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국제 흑연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는 실리콘 함량을 높이면서 팽창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실리콘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부피가 팽창한다. 팽창이 계속되면 폭발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상용화한 실리콘 음극재의 실리콘 비중이 5% 이내인 것도 이 현상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실리콘 팽창을 제어하는 시스템과 팽창을 견디는 고강도 제품을 개발해 실리콘 함량을 높여가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기술에서 양극재를 통한 에너지밀도 상승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음극재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그 중 실리콘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계 음극재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23.4%로 성장하면서 69억1900만달러(약 9조1676억7500만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