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미국 진출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하려고 했으나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포드와 CATL은 공장 부지로 버지나아주와 미시간주를 검토했었는데, 버지니아주가 공장 유치 거부를 선언했다.
CATL은 미국 행정부가 중국 기업의 북미 진출을 엄격히 제한하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포드가 합작 공장 지분 100%를 소유하고 CATL은 공장 운영만 전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포드는 CATL 합작 공장에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력 후보지였던 버지니아주가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반대한다면서 공장 유치 거부를 선언했다. 북미 각 주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그만큼 미국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강하다는 의미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민주당 우세 지역인 미시간주도 CATL 공장 건립을 허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시간주는 지난해 10월 중국 배터리업체인 궈쉬안 하이테크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허가한 바 있다. 궈시안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독일 폭스바겐 자회사가 지분 24.77%를 보유한 기업이다. 배터리 업계는 궈쉬안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기 위해 폭스바겐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해석한다.
IRA는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 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 수준 이하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궈쉬안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1월 2.8%로 아직 미미하다. 같은 기간 점유율 37.1%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CATL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CATL은 지난해 8월 미 대륙 진출을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하려다가 철회한 바 있다. CATL은 당시 투자 계획 발표를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CATL의 멕시코 투자 계획 철회도 미·중 관계 악화가 원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반중 경향이 심화되면 한국 배터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삼성SDI(006400)는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과 북미에 합작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계속 좌절될 경우 미국 완성차 업체는 북미 생산 전기차에 한국 기업 배터리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부문에서 대중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세계 1위 CATL의 북미 진출을 어떤 방식으로든 허용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 무산은) 한·미 배터리 동맹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