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 상실감 등을 겪는 소위 ‘코로나 블루’가 확산하며 멘탈 헬스케어(정신 건강 관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세계 정신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2020년 2억4600만 명으로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28% 늘었고, 같은 기간 불안 장애 환자도 3억7400만 명으로 26% 증가했다. 과거 정신 질환은 사회적 시선 탓에 대면 상담이나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한 가운데 멘탈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신 건강 관리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WHO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연간 손실은 약 1조달러(약 1270조원)로 추정된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멘탈 헬스케어 기업들은 이런 문제의 중요한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멘탈 헬스케어 테크 기업의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을 조망해봤다. [편집자주]
스프링헬스(Spring Health)는 코로나19를 지나며 급성장한 미국 멘탈 헬스케어(정신 건강 관리) 스타트업이다. 2020년부터 약 3억달러(약 378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고, 창업 5년 만인 2021년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에 등극했다. 현재 스프링헬스 고객사는 800곳 이상, 이용자는 약 500만 명, 기업 가치는 약 20억달러(약 2조5200억원)에 달한다.
스프링헬스 창업자는 이민 1.5세인 한국계 미국인 에이프릴 고(April Koh)다. 2016년 회사를 세운 고 최고경영자(CEO)는 포브스 선정 ‘30대 이하 청년 사업가 30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흥미로운 사업가 100인’ 등에 잇따라 꼽히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9세 나이로 ‘세계 최연소 여성 유니콘 기업 CEO’ 타이틀을 달았다.
고 CEO가 멘탈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예일대 재학 시절 룸메이트가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걸 지켜보면서라고 한다. 친구는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기 위해 여러 종류의 항우울제를 먹었고, 한 번 진료를 받기 위해 최대 3주를 기다려야 했다. 해결책을 고심하던 고 CEO는 당시 예일대 의대 박사과정에 있던 애덤 채크라우드(Adam Chekroud)의 논문에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적시에 연결하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접하고 무작정 그를 찾았다. 그리고 함께 스프링헬스를 창업했다.
고 CEO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적용하면 정신 건강 의학의 정확도와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채크라우드의 연구가 멘탈 헬스케어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믿었다”며 “완연한 봄이었던 5월, 모두가 매일이 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세우고 ‘스프링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CEO와 일문일답.
이민 1.5세다. 소위 명문대에도 진학했는데, 취업 대신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아버지가 SK글로벌 재직 당시 미국에서 근무하게 돼 이민을 오게 됐다. 아버지 역시 퇴사 후 사업에 성공했고, 나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항상 내게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응원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씀했다. 특히 나는 항상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운명이라고 느꼈다.”
스프링헬스를 소개해달라.
”사람들은 정신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치료법을 찾는 데 막대한 시간과 돈을 쓰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적시에 연결해 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공동 창업자인 채크라우드의 연구를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법으로 맞춤형 멘탈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게 실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스프링헬스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멘탈 헬스케어를 위한 포괄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낸다. 회사를 운영하며 확실히 깨달은 것이 멘탈 헬스케어는 모든 기업에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라는 점이다. 스프링헬스의 서비스는 어떤 종류 기업에든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제너럴 밀스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를 두고 있고, 계속 늘려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지 궁금하다.
”스프링헬스는 기업과 협력해 상담, 치료, 운동 요법, 명상, 디지털 솔루션 등 치료법을 적시에 제공하는 정밀한 멘탈 헬스케어 모델을 갖췄다. 우선 이용자의 증상, 병력, 가족력, 사회적 관계 등을 조사한 상담 결과를 AI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하고, 이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의료진이나 코치를 연결하고 이들의 상호 작용을 관리하는 등 다양한 치료법을 개인별로 맞춤 제공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멘탈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불안감과 우울감의 고삐를 풀었고, 이는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팬데믹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건강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고, 더불어 가상 의료 분야 성장도 촉진했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것은 맞지만, 멘탈 헬스케어 분야는 이전부터 이미 주목받았다. 전 세계 인구의 20%가 정신 질환과 싸우고 있고, 자살 건수도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도 자살 문제가 심각하지만, 특히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한국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만 0~17세 한국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7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급속도로 성장했고, 더 많은 이용자를 돕기 위해 기술 혁신을 거듭했다. 팬데믹은 그저 그 트렌드를 가속화한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정신 건강 시장은 2020년 687억9000만달러(약 87조원) 규모에서 2028년 994억달러(약 125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2021년 기준 정신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모바일 앱(app) 시장 규모를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54.6% 성장한 42억달러(약 5조3000억원)로 분석했다.
하지만 멘탈 헬스케어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신 건강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들은 정신 건강 문제의 위기를 주목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신 건강 의학은 부정확한 추측 게임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정신과 의사보다 환자에게 더 효과적인 맞춤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 우리는 이를 ‘멘탈 헬스 정확성(Precision Mental Health)’이라고 부른다. 이런 접근 방식은 멘탈 헬스케어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범위와 정확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프링헬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멘탈 헬스케어 산업이 정신 건강 의학의 오명(추측성 진단과 같은)을 벗기고 더 큰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방식은 정신 건강 의학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혁신하고 있다.”
멘탈 헬스케어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현재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정신 건강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 정신 건강 치료 수요는 자격을 갖춘 치료, 상담 인력 공급을 추월하고 있다. 즉, 멘탈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세는 일시적인 자본 트렌드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인류가 처한 위기로 인해 성장이 불가피한 산업이라는 의미다.”
앞으로 스프링헬스의 계획과 목표는.
”현재는 B2B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스프링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또 더 나은, 더 빠른 데이터를 통해 더 합리적이고 정확성이 높은 멘탈 헬스케어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100년 이상 지속하는 전 세계 최대 멘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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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멘탈 헬스케어 테크가 뜬다
①'황금알 낳는 거위’ 멘탈 헬스케어
②[Infographic] 정신 질환 팬데믹과 헬스케어 혁신
Part 2. 멘탈 헬스케어 앞장선 기업들
③[Interview] 멘탈 헬스케어 유니콘 스프링헬스 공동 창업자 에이프릴 고
④[Interview] ‘마인드카페’ 운영사 아토머스 김규태 대표
⑤[Interview] 안용직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행복추진팀 팀장
Part 3. 전문가 제언
⑥[Interview] 마이클 어윈 UCLA 세멜 신경과학·인간행동연구소 소장
⑦[Interview]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
⑧[Interview]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