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가 최대 고객사인 BMW와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지 한달여만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지역에 3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3공장은 1·2공장 인근에 지어질 전망이다.
3공장은 BMW 전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가 3공장에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셀을 생산해 공급하면 BMW는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서 전기차 플랫폼에 배터리를 조립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BMW는 데브레첸 공장에 20억유로(약 2조76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조립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에선 BMW의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셀을 금속 프레임인 배터리 하우징에 조립하는 공정이 진행된다.
삼성SDI는 2017년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헝가리 괴드에 3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고, 이후 1조원을 투자해 2공장을 건설했다. 3공장이 기존 공장과 비슷한 생산량으로 건설될 경우 투자금은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13년간 협력을 지속해왔다. 이 회장은 협력 초기 단계부터 BMW 경영진과 교류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해 양사 간 전기차 협력 강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집세 회장과 만나 모빌리티 사업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당시 이 회장은 집세 회장 등 BMW 경영진에 삼성SDI의 최신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P5 등을 소개하며 협력 강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에 6세대 원통형 배터리 셀을 탑재할 예정이다. 6세대 BMW 원통형 배터리 셀은 직경 46mm에 두 가지 높이로 생산되며, 양극재에 코발트 함량을 줄인 대신 니켈 사용량을 높인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