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21~24일) 대목을 앞두고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파업을 시사하면서 물류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에도 노조 총파업으로 설 연휴 물류 대란 사태를 겪었는데, 이번에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설 기간 배송 물량 급증에 대비해 특별 관리에 나섰다.
10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000120) 본사 앞에서 ‘택배 요금 인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노조는 이 자리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명분으로 택배 요금을 올렸으면서도 이를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에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지난 2021년 4월, 지난해 1월에 이어 이달 1일까지 택배 요금을 세 번째 올렸지만,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인상은 사실상 전무했다”고 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이번 달부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택배 요금을 평균 122원 인상했다. 노조는 요금 인상으로 집화 기사가 받는 수수료는 건당 4∼5원, 월 2∼3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의 일방적인 이윤 추구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파업을 시사했다. 택배노조는 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투쟁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총파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대한통운은 노조 측 주장에 대해 “이번 택배비 인상은 유가, 인건비 등 급격한 원가 상승 부담을 해소하고 작업환경 개선, 미래 대비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 “개인 고객 택배비 동결 및 고객사 부담 최소화를 위해 대리점연합과 수차례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지난 2021년 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분 배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약 65일간 이어진 파업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배송 문제가 발생했고, 노조가 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등 물리적 마찰도 있었다. 당시 파업으로 대한통운은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택배 기사들까지 배송이 지연된다며 계약을 해지한 고객들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지난해 말부터 조합원 300여명이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롯데택배의 한 대리점이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택배기사의 고용·산재보험료와 분류비 등을 착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사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파업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배송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 측 주장에 따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고, 확인이 되는 대로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배송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9일부터 4주간을 ‘택배 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했다. 이 기간동안 택배 상하차·배송보조·임시기사 등 6000여명의 임시 인력을 추가로 투입한다. 또 설 연휴 2일 전부터 배송 물품 집화를 제한해 대부분의 택배기사가 설 연휴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택배사들도 택배 예약 서비스를 제한하는 등 설을 앞두고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물류업계는 네트워크 산업으로, 일부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 고객뿐만 아니라 비노조 택배 기사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