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이 8일(현지시각)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정상 개최됐다. 전 세계에서 174국, 3100개 기업이 축구장 26개를 합친 면적(18만6000㎡)의 공간에 혁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였고, 10만명의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한국에서는 삼성, SK, LG, HD현대, 롯데 등 주요 그룹 관계사가 대규모 부스를 차렸고,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도 3년 만에 부스를 다시 열면서 전시공간은 지난해보다 50% 늘어났다.
올해 행사는 메타버스·웹3, 모빌리티, 디지털헬스, 지속가능성, 휴먼시큐리티 등의 주제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율운행과 전동화 분야 혁신을 다룬 모빌리티 영역의 출품이 많았고 관심도도 가장 높았다.
올해 CES도 지난해처럼 차량 관련 서비스와 상품이 많았다. ‘라스베이거스 오토쇼’로 불리던 과거 명성을 되찾은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BMW는 개막 전야에 기조연설을 통해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뉴 클래스)로 불리는 차세대 전기차 ‘디’(Dee)를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통합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목표를 담아 전동화 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 TO’를 공개했다. 4개 바퀴가 각각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달고 따로 움직이는 이 콘셉트카는 꽃게처럼 옆으로 이동하거나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글은 자동차 전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의 새 기능을 선보였다. 휴대전화로 친구와 가족을 지정해 디지털 자동차 키를 공유하는 ‘키 셰어링’ 기능, 차량 디스플레이에서 연결된 휴대전화의 구글맵과 음악앱, 메시징 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 등이 공개됐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Alexa)를 차량 맞춤형으로 심화하고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MS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통해 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분석해 차량 결함 시기 등을 예측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해상 모빌리티인 마린테크(Marine Tech) 관련 참가자들과 출품작도 늘었다. HD현대(267250)는 자율운항 운항보조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의 새로운 기능과 사업계획을 소개했고,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자는 비전과 함께 대형 상선 및 에너지 분야 미래 구상도 제시했다. ‘머큐리’ 브랜드로 미국 레저보트용 엔진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고 보트 업계 강자 브런즈윅은 자율운항 관련 기술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아비커스에 대한 도전을 본격화했다. 볼보펜타도 HD현대와 브런즈윅 인근에 부스를 차리고 보트 관련 사업을 소개했다.
메타버스 영역도 다양한 출품작이 선보였는데, 후각과 촉각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들이 주목받았다. 인간의 오감 중 후각을 가상현실(VR)로 구현할 수 있도록한 미국 기업 ‘OVR 테크놀로지스’, 한국의 촉각 솔루션 개발사 ‘비햅틱스’ 등이 관심을 끌었다.
지속가능성과 인간 안보의 영역은 농기계 업계의 세계 1위 존 디어 최고경영자의 개막행사 주제발표로 내용이 풍부해졌다. 존 디어는 이번 행사에서 자율주행하며 빠른 속도로 대량의 씨앗을 심으면서 센서로 씨앗에 비료를 정확히 살포하는 신제품 ‘이그잭트샷’을 전시해 작업 효율을 높여 농업 무인화의 새 경지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열린 올해 CES 2023는 중국 기업의 참여가 더 저조해졌다. 코로나 이전까지 CES 참가 기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을 제외하고 최대 참가국이었던 중국은 올해 480개 기업만 이름을 올렸다.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전자 기업들이 불참했다.
올해 CES에서 미국을 제외한 최대 참가국 타이틀은 한국이 가져왔다. 삼성전자(005930), SK(034730)그룹, LG전자(066570), HD현대(267250), 현대모비스(012330), 롯데케미칼(011170) 등 550사가 참여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도 10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기술력을 뽐냈다.
삼성전자는 메인 전시관인 LVCC에 참가업체 중 가장 넓은 3368㎡ 규모 전시관을 마련했고, LG전자는 2044㎡ 규모로 부스를 운영했다. SK그룹은 탄소 감축 로드맵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화두로 1000㎡이 넘는 규모로 계열사 공동전시관을 꾸렸다. HD현대는 590여㎡의 전시관에서 미래 선박 모형과 사업 비전 등을 전시했다. 서울시, 대전시, 대구시, 광주시, 경남도 등 지자체와 서울대,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 등 대학, 한국수자원공사와 인천국제공항 등 공공기관 등도 관련 스타트업과 함께 또는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 가운데 국내 재계 관계자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CES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6일 SK 부스를 찾았고,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전날 SK 부스를 찾았다.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CES 개막 전야인 4일 HD현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 기자간담회,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 만남에 나섰고 이튿날엔 국내 기업 및 해외 경쟁사 부스를 돌아봤다. 구자은 LS 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도 CES를 찾아 국내 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도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SK 부스 등을 둘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