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두고 찾은 전시장에는 천장에 닿을 만큼 집채만한 크기의 100톤(t)짜리 트럭이 전시돼 있었다. 현재 국내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대형 트럭이 25t이니, 이를 5대 붙여놓은 크기다. 세계 1위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의 수송 트럭이다. 포크레인으로 이 트럭에 흙 등 자재를 실으면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한다. 운전석에 사람은 없다.
캐터필러는 “사람의 개입 없이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완전한 자율주행 트럭을 구현할 수 있다”며 “이는 작업 과정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지속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용은 20% 줄이고 생산성은 30% 올라간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세계 기술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CES 2023이 올해는 자율주행 전쟁터로 변했다. 자동차의 경우 보행자와 장애물 인식 문제 등으로 완전한 자율주행 구현은 어렵다는 회의론까지 제기되며 기술 발전이 정체된 상황이다. 반면 공사 현장, 논밭, 바다 등 돌발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환경의 기계 분야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을 확신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세계 1위 농기계 업체 존 디어가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이기 위해 관련 준비에 한창이었다. 존 디어는 부스 전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대형 트랙터를 설치했다. 존 디어는 농촌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자율주행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자미 힌드먼 존 디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정확한 위치 감지 기술로 농부들은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씨앗을 심고 거름을 주고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며 “농부들은 트랙터 내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보고 조정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 역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으로 꼽힌다. 미국 보트 업체인 브룬스윅은 올해 CES에 전기로 구동하는 자율주행 보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폴크스 브룬스윅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 볼 수 있는 기술들을 바다에 응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자율적이고 전기화하고 연결하는 것은 우리 기술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HD현대(267250) 역시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을 공개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도 이번 CES 2023의 관전 포인트다. 아마존은 부스에 지붕을 올려 집처럼 만들고 차고까지 설치해 자동차를 들여놨다. ‘아마존 포 오토모티브’라는 이름의 이 전시관은 모빌리티 기술과 서비스를 총망라했다. 아마존은 다임러의 자회사인 토크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협업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토크 로보틱스는 자율주행 트럭 테스트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활용해 경로를 최적화하는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