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키로와트시(㎾h) 당 13.1원 인상하겠다고 30일 발표했지만, 이 정도로는 천문학적인 한국전력(015760)의 적자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적자는 34조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국전력공사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h 당 51.6원으로 산출됐다. 올해 인상액(㎾h당 19.3원)보다 2.7배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51.6원을 단계적으로 나눠서 반영하기로 하면서 내년 1분기에 우선 13.1원을 인상하기로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이 51.6원 인상분을 내년 상반기에 모두 반영하면 연간 1조9000억원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반면 3년에 걸쳐 반영하면 내년에 14조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2분기 전기요금은 국제 에너지가격과 물가 등 국내 경제 및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3~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전력이 흑자로 전환하려면 ㎾h 당 60.47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행한 '한국전력공사 영업손실 현황분석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기요금을 ㎾h 당 60.47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이 전기판매액보다 낮아졌다. 2016년 전력구매비용은 41조7369억원, 판매액은 55조2875억원으로 13조5506억원의 이익이 발생했지만 올해 9월 기준 전력구매비용은 63조7541억원, 판매액은 48조4330억원으로 15조3211억원의 손해를 봤다.
보고서는 한전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력 사용이 불규칙적인 소비자 또는 업종에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하도록 요금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전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한전은 전력 도매가인 SMP(계통한계가격) 상한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탄력 운영(올 12월~내년 2월) 등으로 비용 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한전에 따르면 SMP가 80~90원 떨어질 경우 월 최대 7000억원 정도의 적자가 줄어든다. 정부에선 발전 연료(LNG·유연탄)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는데, 6개월간 약 3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국전력이 내년에 발행할 회사채(한전채) 규모가 올해 대비 3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전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올 들어 66조2200억원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초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한전채가 채권시장에 쏟아지면서 다른 기업들의 조달금리도 덩달아 크게 올랐다.
한전 관계자는 "국제 연료가격이 과거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폭등했고, 이를 반영한 SMP도 급등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연료비 등 이번에 반영하지 못한 잔여 인상요인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