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이 전날 CI(Corporate Identity)를 교체하면서, 지주회사 HD현대가 매년 250억원이 넘는 상표권 수익을 얻을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준공한 경기도 분당 신사옥의 임대료까지 더하면 HD현대는 내년부터 매년 400억~500억원씩 안정적 추가 수익을 확보하게 됐다.

지금까지 HD현대는 별도 기준 매출액의 대부분을 배당에 의존하고 있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407억원 중 배당금은 3334억원에 달한다. 연간 400억~5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들어오면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10%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지난 26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HD현대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왼쪽부터), 권오갑 HD현대 회장, 정기선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HD현대 제공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5개 회사로부터 내년 한 해 상표권 사용료로 총 255억3300만원을 받기로 했다. 계약 기간인 향후 3년간 상표권 수익 합계는 총 813억1400만원이다.

상표권 사용료를 가장 많이 내는 계열사는 현대오일뱅크다. 내년 한 해 133억3100만원, 2025년까지 3년간 405억8500만원을 상표 사용 대가로 지주사에 지급할 예정이다.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는 내년 한 해 총 101억2200만원, 3년간 341억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낸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20억8000만원, 3년간 66억29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현대건설기계,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등은 계약기간(3년) 내 예상 거래금액이 공시 조건인 50억원에 미치지 못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계열사까지 고려하면 HD현대의 상표권 수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녹색과 노란색 삼각형이 겹쳐진 범현대가 전통의 기존 CI는 지주사를 비롯한 6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소유해 상표권 수익이 분산되는 구조였지만, 새 CI는 지주사가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다.

HD현대 그룹은 최근 계동 사옥 시대를 마감하고 분당 신사옥 글로벌 R&D센터로 이전하면서 지주사와 계열사가 내던 임대료의 그룹 밖 유출을 최소화하고 이를 지주사의 수익으로 전환했다. HD현대는 지난 10월말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두산인프라코어과 각각 연간 50억원대 부동산(사옥)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일렉트릭, 현대에너지솔루션, 현대건설기계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같은 건물을 사용하지만, 계약 내역은 공시되지 않았다.

그래픽=손민균

HD현대가 새로 벌어들이는 상표권 수익과 임대료 수익 대부분은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HD현대의 2018~2021년 4년 평균 배당성향은 91.2%다. 지난해 사업연도 별도기준 순이익 5021억원 가운데 3922억원을 배당했다. HD현대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오는 2024년까지 배당 성향 70% 이상의 고배당 정책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26.6%, 약 1조3400억원 상당)이고 그의 아들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지분율은 5.26%다. 정 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지분 인수 자금 3040억원을 정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았고 이에 대한 증여세 납부(연부연납)는 내년 여름 끝난다. 그러나 정기선 사장이 정몽준 이사장의 보유 지분을 물려받아 그룹 지배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세금으로 납부할 수천억원대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과거의 심볼은 범현대 기업 다수가 사용하고 있어 HD현대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HD현대의 수익을 새 CI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 및 대외 이미지 제고에 사용해 계열사들의 사업기회 확대, 우수인재 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