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컨테이너선사들이 운임 하락에도 중국 춘절 연휴 기간 선박 운영 규모를 줄이지 않을 전망이다. 컨테이너선 수요가 감소한 와중에 공급 조절에 나서지 않으면서 '치킨게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26일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춘절 연휴(1월 21일~27일) 때 아시아~미주 서안 노선에 배치된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135만2659TEU(1TEU=20피트 컨테이너)다. 올해 춘절 연휴 129만3241TEU보다 4.6% 많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춘절 선복량 평균치(99만6107TEU)와 비교해도 내년 선복량이 35.8% 많다.
다른 노선도 마찬가지다. 2016~2019년 춘절 선복량 대비 내년도 춘절 선복량은 아시아~미주 동안이 58.5%(28만6185TEU), 아시아~북유럽 41.4%(34만8621TEU), 아시아~중동이 7.7%(3만4418TEU)씩 많았다.
중국 춘절 연휴는 컨테이너선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다. 중국 내 공장이 춘절 연휴 전후로 가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보통 컨테이너선사들은 춘절 연휴에 임시결항(Blank Sailing)하거나 선박 수리 일정을 잡아 공급을 조절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물류난 속에서 해상 운임이 강세를 보이면서 춘절 기간에도 컨테이너선을 그대로 운영했다.
하지만 2023년 춘절 연휴에는 운임이 약세인 와중에 공급도 조절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기준 1107.1을 기록했다. 6개월째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전주 대비 하락 폭은 11월 18일 136.5→ 25일 76.9 → 12월 2일 58.5 → 9일 33.3 → 16일 14.8 → 23일 16.2 등으로 줄었지만, 반등하진 못했다.
컨테이너선사들이 운항 규모를 줄이지 않는 배경으로는 우선 중국 정부가 유지해왔던 고강도 방역 정책을 풀면서 확진자가 일시적으로 급증해 항만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2023년 춘절 연휴가 평소보다 이른 편이어서 연초 물동량이 늘어나는 시기와 겹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도입에 따라 노후 선박들은 운항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경기 침체와 함께 컨테이너선 수요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공급 조절이 없으면, 저가 운임으로 경쟁하는 치킨게임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앨런 머피(Alan Murphy) 씨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는 "컨테이너선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급을 조절하지 않으면 운임이 내림세를 멈추기 어렵다"며 "올해 3분기까지 수익성이 좋았던 해운사들이 현금 더미 위에 앉아있는 상황에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나타났던 가격 전쟁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