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한국 정부와 공동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에 대한 미납금 8000억원 중 일부를 내년도에 납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납금과 관련한 잡음을 해소하면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KF-21 개발 비용 분담금을 책정했다. 드위 푸지아스투티 한다야니(Dwi Pudjiastuti Handayani) 인도네시아 재무부 예산국장은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CNBC 인도네시아’와의 인터뷰에서 “KF-21 보라매에 대한 개발 비용 분담액이 2022년과 2023년에 할당됐다”며 “분담금 지급과 관련한 모든 것이 국방부에 제출됐다”라고 밝혔다. 자세한 납입금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형전투기(KF-21, 보라매) 시제 2호기가 시험 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방위사업청 제공

KF-21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주관하고 한국-인도네시아가 공동 개발하는 4.5세대급 첨단 전투기로 총 사업비는 8조1000억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부터 한국 정부와 KF-21을 공동 개발하기로 협의하고, 전체 사업비의 20%가량인 1조6000억원을 10년에 걸쳐 납부하기로 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대신 한국으로부터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고, 이를 통해 자국에서 전투기 48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40명에 가까운 인도네시아 측 기술진, 조종사 등 파견 인력이 KAI에 상주하고 있으며, 시제기 표면에도 인도네시아 국기가 태극기와 함께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사업 시행 이후 지금까지 2272억원만 납부했고 2019년 1월 이후로는 재정 악화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금까지 1조원 이상을 지급했어야 하지만 약 8000억원을 연체한 상태다.

미납금이 누적되자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전체 분담금의 30%인 약 5100억원을 현물로 납부하겠다고 요구했고, 당시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납부한다는 현물의 종류나 납부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며 KF-21 분담금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였으나, 양국 간에 ‘계속 협력해 나가자’는 대의적인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데 그쳤다.

KAI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미납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결론이 나와야 사업이 한층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체납 문제가 장기간 해소되지 않으면 인도네시아에 분담금의 대가로 주기로 했던 기술 이전, 시제기 등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도에 미납금이 추가 입금되면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도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약 3년 10개월 만에 ‘약속이행 담보금(Commitment Payment)’ 명목으로 약 94억원을 방사청에 납부했다. 전체 미납금의 약 1%에 불과하지만, 정부와 KAI는 인도네시아가 사업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KF-21 사업은 지난 7월에 1호기가 초도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2호기도 지난달에 첫 시험 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시제 3∼6호기도 순차적으로 비행 시험에 투입될 예정이다. KF-21은 폭 11.2m, 길이 16.9m, 높이 4.7m로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다. 공대지·공대공 미사일 등을 최대 7.7t까지 탑재할 수 있다.

KAI는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향후 KF-21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구영 KAI 사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시운전 단계여서 수출 전략은 세우지 않았지만, 러시아 무기체계를 가진 여러 나라에서 (전투기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여 양산되면 분명 수출에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도 최근 KF-21의 핵심 무장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2028년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방사청은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개발이 완료되면 유도탄 수출, 항공 유도무기 개발 촉진 등의 효과와 함께 KF-21 전투기의 수출 경쟁력 상승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가 KT-1, T-50 기종의 첫 수출국가인 만큼 좋은 사업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인도네시아가 우리나라 최대 방산수출국 중 하나인 만큼 미납금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는 어렵겠지만, 양국 간 협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