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글로벌 시장이 급격히 분화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런 변화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 한국 경제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변 국가들과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측면에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변화를 해야지 계속적인 성장과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우리 기업은 민첩성이 꽤 좋은 편이라 빠른 속도로 변화를 따라갈 것”이라며 “국가 내부적으로 통일성을 갖고 한몸이 돼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SK그룹 제공

최 회장은 세계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선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선진국들도 IRA와 유사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모든 국가들이 누군가와 ‘헤어질 결심’을 끝낸 지금의 시장 변화가 한국 경제에 제일 큰 위기”라며 “그동안 보지 않았던 시장까지 내다 봐야만 하고 시장의 침투 범위도 더 깊숙하게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태원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우리 경제의 불확실한 요인은 무엇이고, 해법은 무엇인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침이 있었다. 산업별로 떠오르는 것도 있고 가라앉는 것도 있었다. 변화가 굉장히 심했는데 이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오면서 역전현상이 일어난 분야가 꽤 많아졌다. 코로나19 때문에 호황이었던 산업은 상대적으로 가라앉고 그렇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내년에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것 같다.

또 전쟁에 따른 공급망 변화와 에너지 위기가 따라왔다. 그 기저를 보면 이미 모든 나라는 누군가와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글로벌 시장이 하나였다가 쪼개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호무역주의 형태가 강화되고 시장 변화가 온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오다보니 결국 파고가 큰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이 쪼개졌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시장이 줄었다는 의미이고 어딘가에서 이걸 회복하지 못하면 성장을 얘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우리가 집중할 산업이나 새로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은 무엇인가.

“산업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시장의 범위를 더 침투해야 한다. 그 시장의 특성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를 예로 들면 우리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아프리카 시장은 어찌보면 과거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이익은 나지 않을 것 같아 (시장에서) 제외했었다. 이젠 아프리카 시장도 봐야한다. 작은 국가라 하더라도 우리와 무슨 관계를 맺고 다음에 어떻게 움직여야 우리에게 좋은 것인지 작은 관점으로 미래를 그려야 한다.”

-새로운 시장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큰 시장을 어떻게 유지하는지도 중요하다.

“우리가 노력하겠지만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에게 시장이 100이 있었다면 이런 현상 때문에 시장이 줄고 어디선가 새로운 시장을 끌고 와야 하지 않겠나. 성장하는 시장을 스스로 찾아내고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미, 한중, 한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시장적인 측면에서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국가는 일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사부터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서로 간에 이익을 공유하는 이야기는 계속 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에 투자하거나 경제적인 협력을 갖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반대로 일본도 우리나라와 협업하는 것이 많지 않다.

지금과 같은 G2 갈등이 심해지면 주변 국가들과 스스로 더 결속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한·미·일 동맹은 중요하고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최고 경제 파트너인 중국도 배척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국제 관계라는 것이 상당히 복잡도가 증가하는 형태로 흐를 수밖에 없다.”

-최근 IRA가 최대 화두다. IRA와 관련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미국에 IRA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면 좋지 않다고 말하고, IRA가 서로 간에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IRA보다 걱정하는 것은 이런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IRA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EU나 일본도 비슷한 정책이 나오고 있다. 중국도 결국은 이런 형태로 IRA에 대응할 것이다. 이것이 시장이 쪼개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이런 정책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우리가 아무 영향이 없게 만들 방법은 현재로선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