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와 철강사가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두께 6㎜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올해 하반기에 인하하기로 했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에서 약 20%를 차지해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조선·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등은 각각 협상을 진행한 끝에 하반기 후판 가격을 상반기보다 톤(t)당 10만원 안팎 내리기로 합의했다. 상반기 후판 가격이 t당 110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9%가량 인하한 것이다. 인하 폭을 두고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줄다리기가 길었지만, 협상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타협점을 찾았다고 한다.
후판 가격 하락에 따라 조선사들은 각각 수백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연간 후판 사용량을 토대로 추산하면 줄어드는 비용은 ▲현대중공업 550억원 ▲현대삼호중공업 340억원 ▲현대미포조선 200억원 ▲대우조선해양 600억원 ▲삼성중공업 55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후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개 반기 연속 올랐다. t당 60만원을 밑돌던 후판 가격은 t당 110만원대로 뛰었다. 2018년과 2019년 수주 부진까지 맞물리면서 조선업체들은 연간 조(兆)단위 손실을 기록해왔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대우조선해양 1조1974억원, 삼성중공업 5185억원, 현대중공업그룹 한국조선해양 4728억원 등이다.
후판 협상 결과에 따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실적 반등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3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후판 가격 협상 전 올해 4분기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손실 규모를 358억원,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 규모를 582억원으로 예측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2023년 1분기, 삼성중공업은 2023년 2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사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온 '수주 랠리' 효과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선박 건조에 2년이 걸리는 데, 인도 시점에 계약금의 절반 이상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한국조선해양은 234억5000만달러(195척), 대우조선해양은 104억달러(46척), 삼성중공업은 94억달러(49척)을 각각 수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공정만 제 속도를 내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