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경북 청송군 파천면.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속을 올라가니 거대한 댐이 나타났다. 청송 양수발전소가 이용하는 750만톤(t) 규모의 노래호였다. 설비용량 600㎿(메가와트)의 이 발전소는 2006년 준공돼 16년째 운영 중이다.
양수(揚水)발전은 전력 수요가 적을 때 남는 전기를 이용해 아래에 있는 물을 위쪽으로 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방수해 전기는 만드는 방식이다. 청송 양수발전소는 필요할 때 청송호의 물을 노래호로 끌어올려 전력을 생산하는데, 위치에너지를 주는 낙차는 335m에 달한다.
양수발전은 전력계통 안정화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발전원이다. 물을 끌어올릴 때 남는 전기를 사용해 넘치는 전력을 해소한다. 또 원자력 발전소나 화력발전소 등 대용량 발전기가 갑자기 정지됐을 때에도 전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발전소 관계자는 "원자력이나 화력 등 대형 발전소는 최대 출력을 내기까지 적게는 수 시간에서 많게는 수십 시간이 걸리지만, 양수발전소는 단 3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11년 9월 15일,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전기가 끊기는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양수발전소가 3분 만에 가동돼 전국 대정전을 막았다. 올해 3월 울진·삼척에 산불이 나 원전의 출력이 줄어들었을 때도 양수발전기가 가동돼 전력계통에 투입됐다. 발전소 관계자는 "양수발전소는 원자력, 화력 등 대용량 발전소 건설에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는 대용량 유연성 전원"이라고 말했다.
'발전소의 발전소' 역할도 양수발전소의 몫이다. 전국 대정전으로 대용량 발전기가 정지되면, 이들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양수발전소는 상부댐의 물만 떨어뜨리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며 "다른 대용량 발전소에 전기를 공급해 이들이 다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순차적으로 전력원들을 복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급증하면서 양수발전소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발전출력의 변동성이 크다.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가 필수적인데, 양수발전소는 대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이를 원하는 때 떨어뜨려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대용량 ESS 역할을 할 수 있다. 발전소 관계자는 "기존에는 일정 시간에만 양수발전을 가동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로 점차 가동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양수발전을 늘리는 추세다.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양수 설비 규모는 165GW(기가와트)인데, 2030년까지 78GW의 양수 설비가 추가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한수원이 포천(700㎿), 홍천(600㎿), 영동(500㎿) 등 세 곳의 양수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이들 발전소는 2030년부터 2034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국내 양수발전 주기기가 전량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 최초의 수력발전소인 운암수력발전소가 1931년 건설된 이후 칠보수력2호기를 제외하면 모두 외국산 기자재가 사용됐다. 발전소 관계자는 "국내 수력양수 시장은 향후 5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통해 공급망 및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