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벌크선(Dry Bulk Carrier·건화물선) 운임이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약세를 보인 가운데, 건화물선 시장이 '상고하저(上高下低)'를 기록한 다음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팬오션(028670)과 대한해운(005880) 등 건화물선 사업 매출 비중이 큰 회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을 확대해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건화물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전날 1347을 기록했다. 최근 2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고점 3127보다 56.9% 낮았다. 올해 평균 1995에도 못 미친다. 올해 상반기까지 강세를 보이던 BDI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 들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화물선의 3대 핵심 운송품인 철강, 석탄, 곡물은 보통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물동량이 더 많다. 이에 건화물선 운임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강세를 보인다. BDI가 1999년 발표된 이후 상반기 시황이 하반기보다 높았던 해는 6차례(2001년, 2005년, 2008년, 2010년, 2012년, 2014년)뿐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건화물선 시장에서 상고하저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계절성을 거스를 만큼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는 의미다.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전날 '건화물선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건화물선 시장이 상고하저를 보인 경우 2012년을 제외하고 모두 이듬해 더 약세였다고 분석했다. 이석주 해양진흥공사 해운정보팀장은 "올해 BDI가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경기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 BDI가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금리 인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큰 변수가 있어 환경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선 ▲인플레이션 완화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점 ▲중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여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영향 등이 건화물선 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에서 건화물선 비중이 큰 해운사들은 LNG 운송사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대응할 계획이다.
팬오션은 2023년 1월 17만4000㎥급 LNG 운반선 1척을 시작으로 2025년 5월까지 총 10척의 LNG 운반선과 1척의 LNG 벙커링선(연료유 보급선박)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또 새로 건조 중인 18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2척과 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도 2023년 하반기부터 도입한다.
대한해운 역시 17만4000㎥급 LNG 운반선 2척과 LNG 벙커링선 1척을 2023년 1분기부터 차례대로 인수해 운항할 계획이다. 해운사 관계자는 "선박의 종류마다 운임 흐름이 달라 서로 보완해줄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시대인 만큼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헷지(Hedge·위험 회피)하는 전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