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한화(000880), 고려아연(010130), 트라피구라(Trafigura) 등이 북미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사주를 맞교환 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들 4개 회사는 배터리 원자재부터 완성품까지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LG화학, 한화, 트라피구라와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배터리 소재 및 그린 수소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제휴를 맺었다.

우선 LG화학과 고려아연은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 발굴 등을 위한 포괄적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257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하기로 했다. 이는 LG화학 총 주식의 0.47%(36만7529주)와 고려아연 총 주식의 1.97%(39만1547주)에 해당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의 최내현 대표가 지난 6월 31일 전구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이번 사업제휴를 통해 두 회사는 ▲리사이클(후처리)-전구체 연계사업(북미) ▲전구체 설비 증설(국내) ▲리사이클 원재료 사업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은 2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해왔다. 지난 2017년 2차 배터리의 핵심 물질인 황산니켈을 제조·판매하는 켐코를 함께 설립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켐코로부터 황산니켈을 공급받아 배터리 양극재의 전단계 물질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한국전구체㈜를 합작법인으로 설립했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은 이번 업무제휴를 통해 미국 IRA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IRA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생산된 원자재를 일정 수준 이상 쓴 배터리를 탑재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이 비율이 40%이고, 2027년에는 80% 이상으로 높아진다.

LG화학은 미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미국 최대인 연산 12만톤(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7월에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하며 북미 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이그니오홀딩스가 리사이클링을 통해 리튬·니켈 같은 광물을 얻어 LG화학에 우선 공급하면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이 가능해진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지소재 분야에서 IRA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고, 법안을 충족하는 메탈을 공동으로 발굴하는 등 북미에서의 양극재 원재료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고려아연 사업제휴 내용.(㈜한화 제공)

고려아연은 수소 밸류체인 사업과 관련해선 한화와 손을 잡았다. 고려아연은 해외 자회사를 통해 도입할 예정인 그린암모니아를 위한 암모니아 탱크터미널과 암모니아 크랙킹설비 건설을 비롯해 수소연료전지 발전과 수소가스터빈 발전 시설 건설에 참여하고 고려아연은 한화가 미국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블루암모니아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상호지분투자 규모는 1568억원으로, 고려아연 보통주 23만8358주와 한화 보통주 543만6380주를 맞교환한다. 고려아연 자사주 1.2%와 한화 자사주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글로벌 트레이딩 업체인 트라피구라와도 니켈 제련 합작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트라피구라는 원유, 금속, 광물 등 글로벌 자원중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연 매출이 300조원에 달한다. 특히 다양한 국가에서 니켈 수급이 가능한 업체로 알려져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니켈은 대부분 중국 손에 있는데, 중국 비중을 낮추는 방법은 트라피구라를 통하는 게 거의 유일하다"며 "트라피구라를 통해 니켈을 받아 배터리 원료로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국 IRA에 대응해 중국을 빼고 배터리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 사슬·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생태계)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거래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하기로 했다. 트라피구라(2025억원), 모건스탠리(653억원), 한국투자증권(1045억원) 등이 총 3723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해당 투자금은 고려아연의 신사업 전반에 활용된다. 일부 자금은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 기업인 이그니오 잔여 지분 인수와 100% 리사이클 동 제련 설비 증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잔여지분 인수를 통해 100% 리사이클 동박을 생산하는 내용의 '자원순환 가치사슬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