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시중은행에서 1차로 5000억원 수준의 대출을 받고 곧바로 2차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40조원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이 은행 대출을 받더라도 결국 연말에 대규모 한전채 발행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은행권에 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고 2차 대출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각 은행에 발송했다. 이번 1차 대출에는 KB·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대형 은행들이 대부분 참여해 5000억원을 상회하는 입찰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은행권 대출로 2조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정부가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 자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우량 공사채에 속하는 AAA등급의 한전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3조9000억원(장기채 기준)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이에 한전채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다른 기업의 채권 금리가 치솟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국전력 본사

은행권도 정부 정책에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라 한전의 2조원 대출은 무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한전에 자금을 대출하면 채권시장 안정화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한전이 은행권 차입금만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결국 연말까지 한전채를 대량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전은 올 3분기에 7조53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손실 규모가 1조원 늘어나면서 6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21조8432억원이다. 업계에선 한전이 올해 40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한전은 매달 2조~3조원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한전이 2조원의 대출을 받더라고 한달치 한전채 발행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채권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2조원을 대출받아도 약 한달의 시간을 벌게 되는 것인데 채권 시장 안정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한전 적자라는 근본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연말에 한전채를 대량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