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는 풍랑이 쳐도 깊은 곳은 고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은 오히려 기회다.”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AC)’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사진) 대표는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서울 강남구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 기자간담회 패널로 참여해 “(글로벌 유동성이 쪼그라들면서 스타트업이 투자 혹한기를 맞았지만) 초기 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많아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직 (밑바닥에 있는) 초기 기업은 위험(풍랑)에 노출 안 된 곳도 있고, 피봇(pivot·방향 선회) 등으로 변화에 대응할 시간이 있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 봐도 가격 메리트(장점)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로 상장 기업과 상장을 앞두고 있는 큰 스타트업 중심으로 자금 확보, 회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초기 스타트업은 위기 속에서도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생존 방식을 묻는 질문에 “바이오처럼 수익을 당장 내기 어려운 산업은 자금의 쓰임새를 조정하고 (이전처럼)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그 외 사업모델을 갖고 운영 중인 스타트업은 사업 효율화, 우선순위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경기 악화로 수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용(B2C) 사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한 기업용(B2B) 시장에서 기회가 없는지를 모색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최근 투자사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초기 기업으로는 창업자가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고 실행에 옮긴 생산·기능직 전문 채용 플랫폼 ‘고초대졸닷컴’의 운영사인 디플에이치알을 꼽았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현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제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본국 회귀) 현상이 잦아지고, 자국 내에서 생산직 인력을 조달하는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면서 “그간 관심이 없었던 생산직 인력 매칭 솔루션을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한 달 살기’ 솔루션을 제공하는 리브애니웨어도 혹한기에 창업자가 적절하게 시장에 대응해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 중 하나로 거론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주로 투자하는 이른바 ‘딥테크(전문기술)’ 기업도 이번 투자 혹한기를 계기로 운명이 갈릴 수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생물 분야에서도 합성생물(생명과학에 공학 접목) 분야나 서비스 중에서도 원가 절감, 효율성을 개선한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은 조금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