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내년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지만, 배터리와 방산 기업들은 올해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배터리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가 예상된다. 올해 17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수출에 성공한 방산은 해외 수주 잔고가 내년부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5조622억원으로 올해(3조4510억원·추정치)보다 46.6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부문 비상장 자회사 SK온도 올해 4분기에 흑자전환을 기대 중이며, 내년에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은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내년부터 본격 시작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게 된다. IRA는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일정 비율(2023년 40%→2027년 80%)만큼 조달하면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다.

IRA는 사실상 현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은 북미 진출을 앞두고 IRA가 제정되자 투자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현재 테슬라, GM, 폭스바겐 등 세계 완성차 기업들도 IRA에 대비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배터리업계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1일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 대표들과 함께 '제3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개최하고 2030년 이차전지 세계 최강국 지위 달성을 위한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소재용 광물 개발 프로젝트는 민·관이 사업성을 함께 검토하고, 확보한 광물을 정제 처리해야 하는 경우 배터리 얼라이언스에 속한 제련 기업이 나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민·관은 2030년까지 배터리 핵심 기술 개발에 총 20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기업들은 2050년까지 시설 투자에 30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IRA에 대응해 북미를 중심으로 생산설비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가장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배터리 업종"이라며 "이차전지를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천무 다연장로켓. /한화디펜스 제공

방산 업체들 역시 내년 실적이 크게 뛸 전망이다. 국내 주요 방산 5개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현대로템(064350), LIG넥스원(079550), 한화시스템(272210))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1조3154억원으로 올해(8962억원)보다 46.7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방산업체들의 영업이익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올해 들어 잇달아 체결한 대규모 수출 계약이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올해 방산 수출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인 170억달러(약 24조원)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합병된 한화디펜스는 올해 하반기 폴란드에 K9 자주포 648문(약 3조2천억원),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대·유도탄·장거리탄(약 5조원)에 대한 1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K2 전차 180대(약 4조5000억원), KAI는 FA-50 경공격기 48대(약 4조원)를 수출했다.

또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아랍에미리트(UAE)로 4조원 규모의 천궁2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를 수출하는 계약을 올해 1월 체결했다. KAI는 FA-50 경공격기의 말레이시아 수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한국의 방산 수출액이 200억달러(약 26조6000억원)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 업체들은 경기 둔화와 무관하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각국의 군비 증가의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며 "북유럽, 중동, 아시아, 북미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2023년 계약을 앞두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