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7일 방한하면서 ‘중동 특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9년 방한 당시 국내 기업들과 체결했던 양해각서(MOU)는 총 8건이었으나 이 중 절반만 사업과 연결됐다.

재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이날 0시 30분쯤 한국에 입국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17일 늦은 오후 또는 18일 새벽에 일본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9년 6월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정부 간 협력 2건, 기업·기관 간 협력 8건 등 총 10개 분야에서 83억달러(당시 9조6000억원) 규모의 MOU 및 계약을 체결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업무오찬에 참석했다./연합뉴스

당시 국내 기업들과 맺은 계약 8건 중 4건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건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 관련성이 높은 정유·석유화학 위주의 사업이다.

S-Oil(010950)(에쓰오일)은 지난 2019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함께 사우디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와 ‘샤힌(Shaheen) 프로젝트’로 알려진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당시 계약의 골자는 2024년까지 60억달러(당시 7조원)를 투자해 스팀 크래커 및 올레핀 하류시설(SC&D·Steam Cracker & Downstream)을 만들고 석유화학 제품 중심 생산시설을 확충한다는 것이었다.

계약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초 샤힌 프로젝트에 아람코의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를 도입하기 위해 올해 초 아람코와 MOU를 체결했다. 또한 에쓰오일은 지난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래 석유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석유화학 비중을 25%까지 성장시키기 위해 나프타 등을 활용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올해 프로젝트 설비의 기본설계를 마치고 착공을 시작해 2026년에 준공한다는 목표다.

SK가스(018670) 역시 지난 2019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 국영석유화학기업인 APC와 합작해 석유화학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약 18억달러(당시 2조900억원)를 투자해 사우디 주바일(Jubail) 지역에 프로필렌(PDH)·폴리프로필렌(PP)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SK가스는 지난 2020년 3월 사우디APC와 합작법인 APOC를 설립하고, 2021년 5월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사우디 현지 화학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오는 2024년부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동시 연간 프로필렌 84만t, 폴리프로필렌 80만t 이상을 생산할 전망이다.

그래픽=이은현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에 20년간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연간 2조875억원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 20년간 진행돼 도합 40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또한 현대오일뱅크는 2020년부터 20년 동안 아람코로부터 15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는 계약도 맺었다. 계약 이전 아람코부터의 수입 물량은 하루 8만배럴이었는데, 이를 2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총 4억2000만달러(당시 약 4900억원)를 투자, 사우디 동부 주바일항 인근 킹살만 조선소에 선박 엔진 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당시 체결했다. 이미 지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 조선소(IMI)를 설립한 한국조선해양은 계약의 일환으로 지난 2020년 엔진 합작사(Semco)도 설립했다. 현지에 만들어질 선박 엔진 공장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나머지 4건의 계약은 아직 진척이 없다. 해당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2019년에 사우디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에 대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는다는 MOU를 체결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늘 빈 살만 왕세자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티타임이 예정돼 있다”면서도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GS(078930)그룹도 아람코와 함께 석유 및 가스, 석유화학 등 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건설, 무역 등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으나 계약과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사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004800)그룹과 DL(000210)그룹(전 대림산업) 역시 각각 사우디 내에 탄소섬유 생산 시설 건립, 사우디 내 고부가 화학제품 협력과 관련한 MOU를 체결했으나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