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한국전력 제공

은행권이 올해 약 30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015760)의 구원 투수로 나선다. 은행들은 연내 한전에 조(兆) 단위 대출을 실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회사채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전에 한전채 발행 자제를 권고한 대신 은행권에 대출 집행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4일 한전과 금융권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국내 주요 은행에 운영자금 차입 금융기관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한전은 우선 5000억원 이상을 차입하겠다는 목표다. RFP를 받은 은행들은 1000억원 단위로 입찰에 응할 수 있다. 입찰은 오는 11일 마감한다. 금리는 연 5% 중후반대가 될 전망이다. 최근 연 6%에 육박한 한전채보다는 소폭 낮은 금리다.

정부는 최근 회사채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전과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신용등급이 높은 공공기관이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문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3조원에 달하는 한전채를 발행했다. 정부는 대신 공공기관에 은행권 대출과 해외 채권 발행을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은행권도 정부의 지침에 호응하기로 했다. 한전은 우선 네 차례에 걸쳐 총 2조원의 은행 대출을 받기로 했다. 이후 자금 사정에 따라 많게는 3조원까지 은행권 대출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은행권도 한전의 자금난이 일정 부분 해소될 때까지 대출을 집행할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한전 대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한전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