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Boeing)의 데이비드 칼훈(David Calhoun)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주 우리나라를 찾는다. 보잉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과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칼훈 CEO는 오는 4일 방한할 예정이다. 2020년 취임 이후 첫 한국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005380), 한화(000880) 등의 최고 경영진과 만나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 등의 분야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칼훈 CEO가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방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AAM(미래항공모빌리티)을 성장 동력의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AAM은 UAM에 더해 인접 도시를 연결하는 RAM(지역항공모빌리티)을 더한 개념이다. 현대차는 KT(030200), 대한항공(003490) 등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5년 UAM 최초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미국 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 주도로 2028년까지 현지에서 UAM을 상용화하고 2030년대에 RAM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기술 고도화를 위해 주요 항공기 제작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 7월 세계에서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보잉 경영진과도 만나 AAM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한화그룹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화시스템(272210)을 중심으로 UAM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SK텔레콤(017670), 한국공항공사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UAM 시제기를 내놓고, 2025년 제주도에서 국내 최초로 UAM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30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과 함께 RAM으로 사업을 더 확장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기존에도 항공·방산 부문을 중심으로 보잉과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보잉 항공기의 유압장치를 한화에서 공급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기술 이전 사업을 따내면서 우주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도 주목받는다.
칼훈 CEO는 737맥스의 두차례 추락 사고 이후 이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2020년 1월에 취임했다. 2021년 737맥스가 운항을 재개하는 성과를 냈으나, 올해 3월 중국 동방항공의 737-800 추락 사고로 다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경쟁사인 에어버스에 비해 중국 시장 입지가 줄고 있다.
실적도 부진하다. 보잉은 올해 3분기 33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업 항공 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40% 늘고 순영업손실도 5000만달러가량 줄었으나, 같은 기간 방산·우주 분야는 매출이 20%가량 감소하고 순영업손실 27억9800만달러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미래 성장 동력이 필요한 보잉에 한국 시장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칼훈 CEO는 이번 방한 중 정부 고위관계자와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칼훈 CEO가 방한에 맞춰 국무총리 등과의 면담을 제안했으나, ‘이태원 참사’ 이후 애도 기간이 선포되면서 실제 성사될 지는 불확실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