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거래소의 요청으로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전력 생산을 일시 중단할 경우 정부에서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재생에너지 과잉 투자로 일부 지역에서 전력이 남아도는데, 이를 세금으로 보상해주자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와 내륙 일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중단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제주도에서만 연간 수천억원의 피해 보상비가 소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과잉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정부 세금으로 보상하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이원영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28일 국회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출력제한으로 발생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석탄과 원자력발전소, LNG발전소는 출력제어로 발전소가 정상가동이 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피해 보상을 해주도록 돼있다. 개정안에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도 피해 보상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은 태양광·풍력 생산 전력이 수요를 넘어서 과부하, 정전이 우려될 때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강제로 태양광·풍력 발전을 중단하는 조치다. 일반적으로 발전량이 수요에 못 미치면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는데, 반대로 전력 생산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도 블랙아웃을 유발한다.

현행법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양 의원의 주장이다. 개정안에는 양 의원을 포함해 11명의 민주당 의원이 서명했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이윤정 기자

최근 한전은 연구용역을 통해 출력제한에 따른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피해를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를 받았다. 한전은 공주대·연세대·청주대 연구팀에 ‘신재생발전기 출력제어 조건에 따른 보상정책에 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9월 결과 보고서를 받았다.

연구 결과 수급불균형(과잉공급)에 의한 출력제어로 발생한 손실에 무보상 결론이 내려졌다. 연구팀은 운영일 하루 전 공급·수요를 예측해 발전원을 가동하는 방식상 예측 불확실성이 있고, 이로 인한 오차에 대해 전력계통 관리 기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민주당이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보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생산되지도 않은 전기를 정부가 세금으로 사주는 제도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후유증을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의 경우 출력제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5년 3일을 시작으로 2019년 46일, 2020년 77일, 2021년 65일, 올해 상반기에 60일의 풍력발전 출력제어가 발생했다. 올해는 태양광 발전소 등 다른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2034년 제주 지역 태양광·풍력 발전의 출력제어 횟수가 연간 326회, 출력제어량은 발전량의 40%가량인 2931GWh, 손실액은 5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부터 2034년까지 제주도에서 출력제어 조치로 총 1조2600억원 이상의 누적 손실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제주에서만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출력제어 보상 비용으로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 제주도에선 283곳의 태양광 발전이 신규 사업 허가를 받았다. 출력제어는 태양광 발전이 급증한 전라남도 신안 일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 법이 시행되면 재생에너지를 건설만 해놓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가 한국 에너지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려면 이런 보상 제도보다는 재생에너지의 균형적인 확대를 위한 전략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