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이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만큼 이 회장 이후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이어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그룹 소유 구조를 개편하는 로드맵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현재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2020년 삼성물산(028260)·삼성전자·삼성생명(032830) 3개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개편 관련 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최종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이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스1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준법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사과하면서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승계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며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린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4세 경영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것은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를 확립하고, 이사회에서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효율성을 갖추려면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컨트롤타워를 두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조율할 경우 오히려 불법의 소지가 생겨날 수 있다"며 "컨트롤타워를 두되 각 계열사의 이사회 권한을 강화시켜 그룹 의사에 대해 각사 이사회가 주주 이익에 맞게 판단하는 그림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BCG 역시 주요 부문별로 위원회(협의회)를 구성해 경영진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를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자녀를 비롯한 오너 일가는 향후 이사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지배구조 롤모델로 삼고 있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경우, 가문 소유의 재단이 '인베스터'라는 투자회사 지배권을 소유하고 있고, 이 인베스터가 그룹을 지배한다. 가문이 직접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베스터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형태다. 각 자회사의 경영권은 전문 경영인들이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 논의의 또다른 축은 소유 구조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형태다. 이 회장 등 오너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은 1.63%에 불과해 외부 투기 세력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자산의 3%를 초과하는 20조원 규모의 나머지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이 회장 등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외국 자본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로 쪼개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