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이 세계무역기구(WTO) 통상규범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요건 금지 규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미국의 新 공급망 재편 전략과 IRA 전기동력차 보조금 규정'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오랫동안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해왔다. IRA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 역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동력차'에 대해서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 자국 산업 육성과 공급망 내재화를 동시에 시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현대차 제공

다만 자국산 소재·부품 사용을 조건으로 하는 국산화 우대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통상규범에 반하는 것으로 여러 차례 확인됐다. WTO 분쟁 사례에서도 자국산 부품 사용 요건 조치가 수입산에 대한 차별(내국민대우 원칙 위반)로 인정된 사례가 14건 있다.

특히 IRA 전기동력차 보조금 규정은 WTO 보조금 협정상 금지 보조금인 '수입대체 보조금'에 해당할 소지가 높고, 투자유치국 정부의 인위적인 조치로 투자 결정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요건 금지 규정에 위반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무역협회의 설명이다.

한·미 FTA 11.8조 1항에는 어떠한 당사국도 비당사국 투자자의 자국 영역 내 투자의 설립·영업 등과 관련해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 또는 사용하거나 이에 대하여 선호를 부여하는 것, 또는 자국 영역에 있는 인으로부터 상품을 구매'와 같은 요건을 강요하거나, 이에 대한 약속 또는 의무부담을 강요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협회는 업계와 조율을 거쳐 IRA 시행에 대한 협회 의견서를 미국 재무부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현지 투자를 진행 중인 현대차 등 우리 기업에 대한 IRA 적용 면제나 유예를 요청하는 등 IRA 영향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공급망 구축에 우리나라도 포함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국제 협력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