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설기계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비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수출이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핵심 시장으로 꼽혔던 중국 시장이 부진해 올해 실적이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1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광산기계(MTI 725) 수출은 17억6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3분기보다 14.4% 늘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1분기 평균 1204원에서 2분기 1260원, 3분기 1338원으로 상승했던 점을 고려하면, 원화 기준으로는 올해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건설기계 32톤 굴착기 HX320A. /현대제뉴인 제공

보통 2월부터 4월까지를 건설광산기계 수출 성수기로, 하반기를 비수기로 평가하는데, 굴착기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3분기 수출 규모를 끌어올렸다. 올해 3분기 굴착기 수출 규모는 7억6000만달러(약 1조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8.7% 늘었다. 특히 9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성장률 17%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의 성장 폭이 컸다. 건설광산기계 올해 3분기 대(對)미국 수출 규모는 5억6300만달러(약 7500억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55.5% 증가했다. 미국 의회에서 지난해 11월 통과한 1300조원 규모의 인프라법에 힘입어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난 효과로 풀이된다.

유럽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對)벨기에 건설광산기계 수출 규모는 올해 3분기 1억8600만달러(약 2500억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딜러망을 강화하고, 해상 물류 상황이 호전되면서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시장은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디폴트 사태 이후 부진이 계속됐다. 올해 3분기 대(對)중국 건설기계 수출은 5400만달러(약 7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보다 수출이 20.4% 줄면서 주요 수출국 순위에서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이 최근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 등 부동산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공동 부유' '제로 코로나' 등 기존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혀 2023년까지 중국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력 지역에 따라 국내 건설기계업체들의 실적 기대치도 차이를 보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건설기계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490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보다 7.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시장 비중이 70%가 넘는 두산밥캣(241560)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45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기계업체들은 이달 미국의 주택시장지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치 기록하는 등 4분기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경영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건설기계업체 관계자는 "경기 침체 분위기 속에서 주택·인프라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원자재 가격 등의 부담도 여전하다"며 "내년까지 주문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