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삼성전자 이사회,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부 결속을 위해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과거에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 데다, 지금도 총수 역할을 하고 있어 회장으로 타이틀만 바뀌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시선도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달 25일은 이건희 회장의 2주기인데, 당초 재계에서는 기일을 챙긴 뒤 27일 삼성전자 이사회를 거쳐 삼성전자 창립기념일(11월 1일)에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이 곧 '뉴 삼성'의 시작인 만큼 의미있는 시점에 관련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7일 삼성전자 이사회 안건은 아직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승진의 유력한 시점으로 꼽히는 11월 1일까지 준비를 마치려면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안건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삼성이 그만큼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 부회장의 수감이 반복되면서 삼성은 오랜 시간 총수 공백을 겪었다. 회장 승진을 통해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확보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해 대내외 경영 위험요인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현장 경영 행보를 늘리고 각종 투자 계획을 챙기며 그간의 공백을 채워가고 있다.
현대차(005380), SK(034730), LG(003550) 등 삼성 외의 주요 그룹 총수 중 회장직을 맡고 있지 않은 사람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는 점도 회장 승진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경영전략담당 상무, 최고운영자(COO) 전무, 부사장, 사장 등을 거쳐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같은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입사 이후 25년 만인 2016년에 등기이사직에 올랐지만 형사처벌 대상자로 거론돼 2019년에 물러났다.
반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당장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후 그동안 사실상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해왔다.
이 부회장이 복권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법 리스크는 남아 있다. 이 부회장은 지금도 매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조작 등의 혐의로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등기이사로 선임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회장에 오를 경우 책임경영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 스스로 승진보다 경영 성과가 먼저라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유럽과 중남미 출장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난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 질문에 "회사가 잘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