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 대부분이 해외 고객이고, 현지 법인 인원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시차 문제로 퇴근 이후에도 국제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하지만 일반 개발자들에게 국제전화 비용이 지원되지 않아 회사에 남아 유선으로 통화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국제 전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업무 관련 국제전화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검토 부탁드립니다."(LG에너지솔루션 직원)

"불편을 드려 미안합니다. 즉시 개선할게요."(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373220) 최고경영자(CEO)인 권영수 부회장이 CEO-직원 직통 채널인 '엔톡(EnTalk)'을 통해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 확장과 함께 직원 수가 급격히 늘어난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직 문화 및 복리후생 등 임직원 근무환경 선진화를 추진 중이다. 권 부회장은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직원들의 의견을 사내 제도에 십분 반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CEO-임직원 직통 채널 '엔톡'. /LG에너지솔루션 제공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톡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직원들이 올린 제안은 총 650여개다. 권 부회장은 제안 중 즉각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은 일주일 안에, 제도 개선이나 추가 검토가 필요한 경우 유관 부서 논의를 거쳐 1개월 안에 직접 답하고 있다. 현재 70여건이 '개선 진행'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에는 셔틀버스 운행 시간 등 비교적 가벼운 주제 위주로 건의가 올라왔지만, 최근 들어선 굵직한 사내 복지 관련 건의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임신·난임휴직제와 자녀 입양휴가제를 도입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한 것도 엔톡에서 시작됐다. 여성 임직원들이 "육아 부담을 덜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권 부회장이 "모성보호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조직 문화와 관련된 글은 조회수가 1만5000회 이상 기록하는 등 직원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행복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6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 보고·회의 문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오히려 회의가 더 늘었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이 글을 작성한 직원은 "리더(임원)에게 보고할 때 담당(임원 직급 중 하나) 대부분이 보고 전 사전 리뷰(회의)를 요청하다보니 그 밑에 팀 단위에선 더 일찍 파트 리뷰를 준비한다"며 "한 번의 보고를 위해 2~5번 리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권 부회장이 배터리 품질 개선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해 "목표와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현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 중심으로 검토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외 공장을 빠르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력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장 업무를 대신하기 바빠 본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권 부회장은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권 부회장이 사내 소통에 적극 나서는 것은 사업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과정에서 조직 안정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출범 후 2년 만에 직원 수가 약 8000명에서 2만8000명으로 늘었다. 현대차(005380)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 등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과 공격적으로 해외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권 부회장은 올해 초 수평적이고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겠다며 '행복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6대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고객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바로 임직원"이라며 "임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도록 더 힘써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