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카카오 먹통'을 초래한 원인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였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SK C&C는 과거 최태원 회장 일가가 지분을 절반가량 보유하며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던 회사였으나 지금은 SK(034730)㈜와 합병해 사업부문의 하나로 바뀌었다.

국회는 카카오 먹통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너를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SK㈜의 경우 각자대표 체제라 박성하 대표가 독립적으로 C&C 경영을 전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무분별한 기업인 소환과 망신주기식 '호통국감'을 재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 C&C는 SK㈜의 사업부문으로, 'YC&C(유공컴퓨터&커뮤니케이션)'와 선경텔레콤, 선경정보시스템이 통합해 1998년 공식 출범했다. 현재 금융, 유통,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는 SK C&C가 2011년부터 2200억원을 들여 2013년에 설립한 곳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확산 및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인식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SK C&C는 2015년 8월 SK㈜를 흡수합병하기 전까지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였다. 당시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 일가→SK C&C→SK㈜→사업자회사'로 연결되는 형태였다. SK㈜가 그룹의 지주회사였지만, 최 회장의 SK㈜ 지분율이 0.02%에 불과했다. 대신 최 회장 일가는 40%가 넘는 SK C&C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SK C&C가 SK㈜ 지분 31.8%를 갖고 있었다.

최 회장이 이같은 '옥상옥' 지배구조 해소에 나선 것은 2015년에 그룹이 역성장하는 '초유의 상황'이 닥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한 SK그룹 매출과 수익이 모두 고꾸라졌다. 이에 최 회장은 SK C&C의 SK㈜ 흡수합병을 결정했고 '최 회장 일가→합병회사→사업자회사'로 그룹 지배구조를 간결하게 했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 미래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였다.

SK C&C와 SK㈜의 합병으로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0.02%에서 23.4%로 늘어나게 됐다. 오너 일가의 발목을 잡았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도 자유로워졌다. 당시 SK C&C는 그룹 내부거래액이 전체 매출의 40%가 넘어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SK C&C가 SK㈜를 흡수합병한 이후엔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 회장과 장동현 부회장, 박성하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중 SK C&C 사업부문은 독립기업 형태로 박 사장이 경영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에서 왜 화재가 났는지는 그룹 회장보다는 사업부문 대표가 더 잘 알지 않겠느냐"며 "오너를 부르려는 이유는 국회 체면을 세우고 기업인을 망신 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최 회장, 김범수 카카오(035720) 의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박성하 SK C&C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을 오는 24일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