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충청북도 진천군에 위치한 한화솔루션(009830)의 큐셀(태양광) 부문 태양전지 공장. 방진복을 입고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수천 대의 장비, 수백 대의 로봇이 절도 있게 움직이며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었다. 투입된 웨이퍼는 초기 불량검사, 표면 식각처리, 불순물 제거, 반사막 및 보호막 형성 등 7단계에 달하는 공정을 차례로 거치며 300m를 이동한 뒤 하나의 셀로 변신했다. 만들어진 셀은 모듈 제조라인으로 이동해 연결 및 압착, 표면 가공 등을 거쳐 성능·결함 검사까지 마친 후에 출하 가능한 태양광 모듈로 재탄생했다.
이곳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의 진천 공장은 지난 2016년에 1공장, 2018년에 2공장이 완공돼 작년 기준 연간 셀 4.5기가와트(GW), 모듈 1.6GW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시설은 축구장 26개 규모(19만㎡·5만7000평)로 거대했지만, 근무 인원은 약 2000명밖에 되지 않을 만큼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이날 셀과 모듈 생산 라인을 둘러봤을 때도 사람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장 한쪽에는 한화큐셀이 차기 주력으로 내세울 '탑콘(TOPCon)' 셀의 시제품 생산 라인이 있었다. 탑콘 셀은 한화큐셀의 현 주력 제품이자 세계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퍼크(PERC) 셀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셀의 후면 기판과 전극 사이에 전기가 통할 수 있는 얇은 산화막을 삽입, 기판과 전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없애 전기적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발전 효율을 약 2~3%포인트(P) 높이고 생산 원가도 1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서세영 한화큐셀 셀개발팀 팀장은 "현재 시제품의 발전 효율이 약 24.3%로 나오는데, 이는 해외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탑콘 셀은 내년 4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5월 1800억원을 투자해 한국공장의 셀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4.5GW에서 5.4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1300억원이 탑콘 셀 양산을 위한 라인 전환과 설비 도입에 쓰이며, 내년부터는 연간 3.9GW의 퍼크 셀과 1.5GW의 탑콘 셀 생산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한화큐셀 최경덕 운영팀장은 "탑콘 셀 제조 공정은 기존 퍼크 셀 제조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이미 대규모 퍼크 셀 제조라인을 보유한 진천공장에서 제조하기에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탑콘 셀을 통해 미국 태양광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탑콘 셀로 만든 고효율 모듈로 연간 20%~30%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의 주거 및 상업용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화큐셀은 진천사업장의 태양광 수출액이 올해 1조7000억원, 내년에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큐셀은 이날 진천공장에서 탑콘 셀의 효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 접목된 '탠덤(Tandem)' 셀의 연구·개발 진척 상황도 공개했다. 탠덤 셀은 실리콘으로 된 하부 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Perivskite)라는 광물로 만들어진 상부 셀을 연결해 만든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자외선·가시광선 등 단파장 흡수에 강점이 있고 실리콘은 적외선 등 장파장 흡수율이 좋아 태양광 에너지를 더 많이 활용해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 학계에서는 실리콘 기반 셀의 발전 효율 한계가 최대 29%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탠덤 셀은 이론상 한계 효율이 44%에 달하고, 실제 제품 양산시에도 35%에 가까운 발전 효율을 가질 것이라고 한화큐셀은 설명했다.
한화큐셀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화큐셀은 지난 2020년에 탠덤 셀 국책 과제 연구기관으로, 2021년에 탠덤 셀 기반 모듈 공정 국책 과제의 연구기관으로 각각 선정됐다. 지난 3월에는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HZB, Helmholtz-Zentrum Berlin)와 협력해 최대 발전효율 28.7%의 탠덤 셀을 개발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양병기 개발팀장은 "기존 셀 대비 최대 2배 이상의 발전 효율을 가진 탠덤 셀 연구개발에 집중해 미래 태양광 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통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