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산을 깎아 설치한 산지(山地) 태양광 중 55%가 10도가 넘는 경사에 만들어져 산사태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구조물 안전성 문제를 들어 정부 측에 '경사도 제한'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12일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지태양광 허가지 내역 및 경사도' 자료에 따르면 KEI가 제시한 안전 경사도인 10도를 초과한 시설은 전체의 55%, 문재인 정부가 설정한 기준을 초과한 산지 태양광도 2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지 태양광은 구조상 나무를 깎아내고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폭우가 내릴 시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에 지난 2018년 8월 KEI는 '육상 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검토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를 통해 "(태양광 시설 관련) 산사태 및 토사 유출 방지를 위해 평균 경사도 10도 이상, 최고 경사가 15도인 입지를 회피 지역으로 선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KEI의 권고보다 더 느슨한 경사도 기준(15도 이하)을 적용했다.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 이후 허가된 산지 태양광 중 경사도 제출 대상은 총 3684건이었다. 이중 경사도 제한 기준인 15도를 초과한 건수는 총 884건으로 전체의 24%를 기록했다. 기준을 초과한 884건 중 20도~25도 사이 가파른 경사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도 240건(27.1%)이었다. 산지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에도 경사도 기준을 초과한 설치가 이뤄질 수 있던 것은 개정 이전에 일단 태양광 설치 신청만 해두면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사도 기준을 넘겨 설치된 산지 태양광은 지역별로 전남이 344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152건), 경남(101건), 전북(92건), 강원(75건), 충남(58건), 충북(32건), 경기(28건), 세종(2건) 순이다.
안병길 의원은 "지난 5년간 이성을 잃은 태양광 광풍 속에서 국민 안전과 직결된 안전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산림청이 나서서 산림은 물론 국민 생명 보호라는 가치를 맨 앞에 두고 산지 태양광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