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브레인 방식의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의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aztransport & Technigaz S.A., 이하 'GTT')가 중국 조선해운업계 주요 대기업집단에 멤브레인 화물창 라이선스(면허)를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 발급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주도하던 LNG 운반선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GTT는 전날 중국 자오샹쥐그룹(招商局集団, China Merchants Group) 산하 CMHI장쑤(招商局重工江苏) 조선소와 LNG선박 건조를 위한 기술지원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CMHI 장쑤는 LNT의 'A-Box' 화물창 시스템을 사용하는 4만5000㎥급 LNG운반선 건조 경험이 있으며 이번 계약으로 GTT의 멤브레인 기술 기반의 대형 LNG운반선도 건조할 수 있게 됐다.
멤브레인(막) 방식은 LNG 화물창을 선체 모양과 같게 만드는 기술로, 과거 안정성 때문에 선호됐던 구 모양의 '모스 타입' 방식의 화물창에 비해 많은 양의 LNG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스 타입 화물창에 비해 바다의 물결을 따라 출렁이며 탱크를 때리는 수만톤(t)의 초저온 액체화물이 만들어내는 충격을 견뎌야해 더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CMHI장쑤는 유럽의 한 선주와 최대 4척의 LNG 운반선 건조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TT는 LNG운반선 시황이 좋아진 지난해부터 중국 내 대형 조선소들에 적극적으로 멤브레인형 LNG운반선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중국 최대 조선소인 양쯔쟝조선과 LNG 화물창 건조를 위한 기술지원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GTT는 후둥중화조선·다롄조선·쟝난조선을 거느린 중국 국영 중국선박공업그룹(CSG), 난퉁 NACKS(난퉁중원가와사키선박공정·Nantong Cosco KHI Ship Engineering)와 다롄 DACKS를 거느린 중국원양운수(COSCO)그룹 등 주요 국영그룹과도 기술지원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중국 조선소들은 수익성이 좋은 LNG 해상 공급망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은 부족한 LNG운반선과 부유식 LNG터미널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더 키우고 있다.
자오샹쥐그룹 관계자는 GTT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형 LNG 운반선, 부유식 저장 재기화 설비(FSRU), 부유식 액화 설비(FLNG) 등에 대한 건조 경험을 쌓겠다"며 "GTT와 그룹 내 다른 조선소와의 협력도 목표"라고 말했다. 자오샹쥐그룹은 산하에 중국 조선업계 10위권의 난징진링조선(金陵船舶 南京) 등 대형 조선소를 다수 보유 중이다.
그간 한국 대형 조선사는 LNG운반선 및 부유식 터미널 시장을 독식해왔으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50여척 규모의 카타르발 LNG운반선 2차 수주전이 예정돼 있다. 올해 발주가 몰린 한국 조선사에 건조를 맡길 경우, 선박 인도 시점이 늦어지고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은 중국 조선사에 기회가 됐다. 카타르발 1차 수주전에서도 한국의 조선 3사가 54척을 수주하는 동안 후발주자인 중국의 후둥중화도 11척 을 수주했다.
GTT가 중국 조선사에 적극적으로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배경에는 독자 화물창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견제 성격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GTT의 멤브레인 화물창 기술을 바탕으로 한 LNG선을 만들 수 있는 다른 조선사가 늘어날 경우, GTT가 한국 조선사들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