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송도캠퍼스를 찾아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고 4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해 '초격차'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글로벌 1위를 달성한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로 송도를 바이오의약품 생산 허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이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면서 회장 승계가 임박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의 제 4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캠퍼스를 찾은 것은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 공장 기공식 이후 7년 만이다.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이재용 부회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삼성전자 제공

삼성바이이오로직스 4 공장은 생산 능력이 24만리터(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으로, 이달부터 부분 가동을 시작했다. 4공장의 연면적은 약 21만㎡(약 7만2000평)로 축구장 29개 규모다. 4공장 건설에는 1만9206톤의 철근이 사용됐는데, 이는 파리 에펠탑에 들어간 철근보다 2.6배 많은 물량이다. 공장 내 파이프의 길이는 총 216㎞로 서울에서 강릉까지의 거리다.

삼성은 이곳 건설에 약 2조원을 투자했다. 4공장의 생산 유발 효과는 5조7000억원, 고용 창출 효과는 2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공장 건설에는 약 5800명이 참여했고, 4공장에서 직접 고용한 인원은 1850명이다. 삼성은 4 공장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 총 42만ℓ를 확보해 CDMO 사업 시작 10년 만에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20대 제약회사 중 12곳을 고객사로 유치해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부분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내년부터는 생산 능력이 총 60만ℓ까지 확대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에서의 '초격차'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바이오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용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4 공장을 직접 점검한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을 각각 만나 CDMO 및 바이오시밀러 사업 중장기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은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CDMO 분야에서는 앞으로 5 공장, 6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생산 기술 및 역량을 고도화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 역할을 수행해 나갈 방침이다.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 공장 건설로 기존 공장 부지를 모두 활용해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11만평 규모의 제2 캠퍼스를 조성하고,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해 바이오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제2캠퍼스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미래 사업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계가 임박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는 15일 취업 제한에서 풀린 지 두 달을 맞이하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부터 엔지니어링, 생명 등의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한 바 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캠퍼스 방문에 이어 12일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승진 시기로는 오는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 꼽힌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모형물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