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005490)) 회장이 지난 9월 초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던 주말에 골프를 쳐 국정감사장에서 질타받은 가운데, 포항제철소가 수해를 입은 뒤 포스코그룹 임원들에는 ‘골프 자제령’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공식적인 골프 자제령은 없었고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등 포스코그룹 경영진은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와 인근 하천인 냉천 범람으로 지난달 6일 침수 피해를 보자 임원들에 최소 2주간 골프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포항제철소 고로(용광로) 가동을 위해 임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추석 연휴도 반납하던 상황에서 임원들이 골프를 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공무원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포스코는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골프와 관련해 금지령 및 자제 등을 공지하거나 안내한 적이 없다”며 “자체적으로 자숙해 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태풍 힌남노 상륙 전 골프장을 찾은 사실을 인정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일주일 전부터 (포스코가)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했다고 했는데 9월 3~4일 주말을 이용해 골프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3일은 (골프를) 쳤고 4일은 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이에 “재난대책본부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골프를 치러 가는 게 재난대책 책임자로서 말이 되느냐”고 하자, 최 회장은 “회사 매뉴얼 상 재난대책본부장은 제철소장으로 돼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이 다시 “포스코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냐”고 묻자, 최 회장은 “포스코의 최종 책임자는 회장이지만 회사에 각 (역할이) 분할돼 있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이어진 국감에서도 최 회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역대급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던 날에 골프장에 있었다고 뻔뻔하게 이야기한다”며 “장관, 차관 하물며 국회의원들이 (태풍이 올 때) 골프를 쳤다면 계속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겸허해야 한다. 매뉴얼 상 책임자가 본인이 아니라니 제정신이냐”라고 하자 최 회장은 “총괄적으로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고 말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태풍이 예고된 8월 30일 이후 한번도 태풍 관련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태풍 상륙 하루 전인 지난달 5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를 관람했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완제품 생산을 위한 압연공정(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작업)을 복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12월까지 (포항제철소) 18개 공장 중 14개를 정상 가동하겠다”며 “국내 철강 수급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수 물량을 위해) 재고와 수출 물량을 대체하고 필요한 부분은 광양제철소 증산을 통해 (대응하겠다)”며 “470여개 고객사를 일일이 접촉해 철강 수급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