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영문(57) 한국동서발전 대표이사 사장이 채용될 때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내용의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산업 문외한임을 스스로 밝히고도 관련 공공기관 대표에 임명된 것이다.

3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이 한국동서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해 1월 모집 공고에 따라 이력서·자기소개서와 함께 A4 용지 6장짜리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했다. 김 사장은 “동서발전의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고 전력 산업 분야에 대한 경험도 전무한 상태”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단편적이고 잘못된 지식에 기반한 엉터리 계획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한국동서발전 제공

검찰 출신인 김 사장은 노무현 청와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관세청장을 역임했다.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울산 울주군에 출마했지만 낙마했고, 지난해 4월 임기 3년의 동서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문 전 대통령의 경남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회사 운영 방침 및 경영 혁신 계획에 대해 “전력 산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모자라는 상태에서 구체적 자료 없이 추측과 생각으로 직무수행계획을 작성해 제출한다”며 “전력 사업에 별다른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는 저의 사정을 혜량하시어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전제에서 계획서를 살펴봐 달라”고 했다. ‘동서발전이 현재 처한 상황’이란 항목에 대해서도 “탈탄소 문제가 심각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은 엄청난 기회이자 위기”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구자근 의원실이 비슷한 시기에 채용이 이뤄진 한국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대표들이 작성한 자료를 살펴본 결과, 향후 발전시장의 동향과 진단,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담은 구체적인 경영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동서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자 응모자격 중 하나로 ‘전력산업 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을 중요 자격으로 내세웠으나 김 사장이 뽑혔다.

구자근 의원은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다른 공공기관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업무능력이 필요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채용과정의 공정성은 무너지고 정부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