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위기감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만에 1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증권사가 전망치를 제시한 30대 대기업집단의 상장사는 95개다. 증권사들은 지난 6월말 이들 기업이 올해 총 188조58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78조6479억원으로 9조9414억원 줄었다.

증권사들이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춘 것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를 넘어 기업들의 원자재 수입 부담이 커졌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수요가 둔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그래피=손민균

주요 그룹 중에서는 삼성그룹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많이 줄었다. 분석 대상인 삼성그룹 13개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6월말 총 69조8939억원이었으나, 현재 60조5641억원으로 9조3298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그룹 9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3조2789억원 줄어든 19조6709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황이 나빠지면서 3개월 새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9조원, 4조원 넘게 증발한 영향이 컸다.

LG(003550)그룹은 분석 대상 8개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 6월말 15조5039억원에서 현재 13조3925억원으로 2조1114억원 감소했다. LG이노텍(011070)을 제외한 모든 상장사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 특히 LG디스플레이(034220)가 지난 2분기에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영업이익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세트(완성품) 수요가 줄고,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급락한 상황이어서,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도 롯데케미칼(011170)이 적자 전환하면서 눈높이가 낮아졌다. 현재 롯데그룹 분석 대상 6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6월말보다 3109억원 감소한 1조5952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에틸렌 생산량 기준 1위 기업인데,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의 차이가 손익분기점(1톤당 300달러)을 밑돌아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5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보다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분석 대상 10개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6월말 22조9194억원에서 현재 25조9768억원으로 3조574억원 늘었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부품 공급 상황이 나아지면서 가동률을 높이고 있고, 현대로템(064350)도 K2 전차와 K9 자주포 수출에 힘을 받는 점이 영업이익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영향도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업종별로 보면 조선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증권사들은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등의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선박 수주가 늘었으나, 실제 수익이 나기까지 2년가량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035720), 네이버(NAVER(035420))와 같은 인터넷 기업이나 DL(000210), 중흥건설과 같은 건설업에 대한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3개월 새 낮아졌다.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005490))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영향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감소했다.

반면 정유업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다. S-Oil(010950)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6월 3조7047억원에서 현재 4조7559억원으로 1조원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이 반영되는 GS(078930)HD현대(267250)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상향조정 됐다. 이에 GS(078930)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다른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졌음에도, 그룹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는 늘었다.

기업들은 연말까지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오는 4분기 전망치는 '81′로 집계됐다. BSI가 100을 밑돌면 직전 분기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인건비, 재고비용까지 급등하는 5고(高)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가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하고 금융·외환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