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지역으로의 한국산 전투기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지난해부터 콜롬비아와 노후 전투기 교체 협상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콜롬비아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며 전투기 수입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공군은 전술 훈련 등에 사용되다 지난해 6월 퇴역한 세스나 A-37B 쌍발기 24대를 대체할 훈련기를 선정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KAI의 T-50·FA-50과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키의 M-346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사업 규모는 약 1조1840억원으로 전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전투기./News1

KAI는 지난해 12월 콜롬비아 보고타 현지 방산행사에 참여해 FA-50을 전시하며 홍보 활동을 펼쳤다. 이반 두케 당시 콜롬비아 대통령은 FA-50 수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순조롭게 진전되는 듯 보였다. 미국 군사매체 디펜스뉴스와 스페인의 인포디펜사 등 외신은 콜롬비아가 KAI와의 계약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내용을 지난 4월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남미 지역을 둘러싼 ‘핑크 타이드’(분홍색 물결)의 여파로 콜롬비아에도 첫 좌파 정권이 탄생하며 전투기 수입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핑크 타이드란 여러 남미 국가에서 온건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정당이 연달아 집권하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핑크 타이드는 2015년 아르헨티나에 우파 정권이 집권하며 퇴조했지만, 2019년부터 아르헨티나·볼리비아·온두라스·페루·칠레 등 남미 국가에서 연달아 좌파 정부가 집권하며 부활하고 있다.

지난 6월에 당선돼 8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 제34대 콜롬비아 대통령은 국방력 강화보다는 민생에 치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임기 시작 전 이반 두케 전임 대통령에게 전투기를 구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알려졌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해 3월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통치자가 생명을 구하는 데 자원을 사용하지 않고 전투기를 구매하는 행위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명시한 바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자신의 트위터에 쓴 글.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위기 속에서 항공기를 구입하는 것은 통치자의 최고 수준의 무책임이다. 나는 자원이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되지 않고 대신 어린이를 폭격하는 도구에 사용되는 것에 박수를 보내는 나라를 이해할 수 없다."고 쓰여 있다./트위터 캡처

콜롬비아는 KAI의 중남미 시장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다. KAI에 따르면 중남미 시장은 콜롬비아를 포함해 페루, 멕시코, 우루과이 등 총 60여대(30억달러 규모)의 경공격기 도입이 예상되는 핵심 마케팅 지역이다. KAI는 지난 2012년 페루에 KT-1P 기본훈련기 20대를 수출하며 중남미 시장에 진출했지만, 페루 이후 중남미 국가로의 완제기 수출은 맥이 끊겼다.

KAI는 올해 폴란드에 FA-50 48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3년 동안 수출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KAI의 완제기 수출 관련 매출은 2019년 6525억원, 2020년 3106억원, 2021년 2176억원이다.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2019년 3조1102억원에 달했던 연 매출액은 지난해 2조5623억원으로 약 1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56억원에서 583억원으로 급감했다.

KAI 관계자는 “중남미는 주요 시장이기 때문에 환경적 상황에 변동이 생겼지만 이에 대응해 마케팅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