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재료를 사서 가공해 수출하는 중소기업 A사는 이른바 ‘킹달러’로 불리는 달러 초강세 현상이 반갑지만은 않다. A사 대표는 “일반적인 달러 강세 상황에서는 환차익이 기대되지만, 원재료 값도 같이 올라 상쇄된다”며 “물류비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는 등 대외 요건이 복합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28일 현재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430원대를 훌쩍 넘었다(원화 가치 하락).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런 킹달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대비 가치 하락 현상은 원화뿐 아니라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에서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수출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 일본 등과 경쟁 중인데, 이들 통화 가치도 같이 떨어지고 있어 원화의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반적인 환율 상승 때와는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21% 떨어졌고 위안화와 엔화는 각각 13.7%, 25.7% 떨어졌다(환율 상승).

여기에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항공·해운 운임도 수출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6일 발표된 항공화물운임지수(TAC·홍콩-미국)는 3224포인트로 지난해 12월 고점(5254포인트)보다는 다소 안정됐으나,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 9월(1506.6포인트)과 비교해본다면 여전히 2배 정도 높은 상황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중기부는 대한항공(003490)·DHL(항공물류), 삼성SDS·HMM(해운물류)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출 중소기업의 물류공간을 확보하는가 하면, 비용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또 물류 공간 자체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 주요 물류거점인 인천공항 내 ‘중소기업 전용 물류센터(스마트트레이드허브)’ 1곳을 구축하기로 하고 135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대기업과 비교해보면 물류량이 적어 물류센터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환율·경기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코로나19 때와 비교해 본다면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약간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러 복합 요인으로 우리 기업의 큰 이득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환율, 물류, 물가 등 동향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