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클린룸 산업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신성이엔지(011930)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4배 성장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4년 간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던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상반기 흑자를 이루며 연간 실적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장녀 회사와의 내부거래는 개선할 점으로 지적된다.

신성이엔지는 클린룸 장비와 공조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1977년 설립됐다. 신성이엔지, 신성솔라에너지, 신성FA 등 3개 법인으로 시작해 2016년 합병됐다. 클린룸은 공기의 온·습도와 입자 농도 등이 일정하게 제어되는 방으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공간이다. 신성이엔지는 2008년 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해 태양광 모듈과 인터버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동유럽 국가와 동남아 국가 등 총 9개국에 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현재 창업주 이완근 회장과 차녀 이지선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국내외에 총 2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상장사는 신성이엔지와 우리기술투자(041190) 2곳이다. 연결 대상 종속회사는 총 17개로, 전부 클린룸과 드라이룸, 태양광 발전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 경영 활동 나선 2세… 낮은 지분율은 약점

신성이엔지 지분은 이지선(47) 대표가 8.11%로 가장 많고, 이완근 회장이 7.15%, 이 회장 아내 홍은희씨가 3.42%, 장녀 이정선(50)씨가 0.29%다. 계열사 신성씨에스와 우리기술투자도 각각 1.13%, 0.6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신성씨에스는 장녀 이정선씨가, 우리기술투자는 장남 이정훈(45)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이들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21.85%로 오너 지배력이 낮은 편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경영권은 이 대표가 마저 물려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2년 신성이엔지에 입사했다. 전략기획, 재무, 홍보 등 여러 업무를 두루 거쳐 2017년 대표직에 올랐다. 이 회장 부부가 지난해 두 딸에게 지분을 일부 넘기면서 이 대표가 1대 주주가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 회장은 2272만여주 가운데 1162만여주를, 아내 홍은희씨는 764만여주 가운데 412만여주를 두 딸에게 넘겼다. 총 1574만여주 가운데 967만여주를 이지선 대표가 증여받아 지분율은 5.23%에서 10%로 올랐다. 다만 같은 해 7월 증여세 부담을 이유로 증여가 일부 취소되면서 지분이 8%대로 낮아졌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추가적인 증여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미 최대주주가 이지선 대표로 변경돼 승계는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 클린룸에 태양광도 실적↑… 흑자전환 원년 될까

신성이엔지는 올 상반기 매출액 3140억,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87%, 19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20년, 2021년 연속으로 13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올해엔 흑자전환해 193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분야별로 살펴보면, 상반기 기준 클린룸 관련 매출액은 93% 늘었고, 영업이익은 430% 증가했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외에서 클린룸과 드라이룸 수주가 증가했고,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주가 이어져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을 들여 금형을 했지만 지금은 3차원(3D) 프린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빠른 설계와 시제품 생산이 가능해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또 클린룸 주요 장비를 스마트팩토리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점도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분야는 진출 14년 만에 연간실적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성이엔지는 2008년에 태양광 장비 사업을 시작했는데 매분기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다 올해 들어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46% 늘었고 영업익은 130% 증가했다. 신성이엔지는 “태양광 모듈의 원재료 값이 올라 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가동률이 증가해 원가 부담이 완화된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재생에너지 분야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 장녀 회사 매출 40% 책임지는 신성이엔지

그러나 장녀 회사 신성씨에스와의 내부거래는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신성씨에스는 2006년 설립된 회사로 클린룸 유지보수와 IT 전산운영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장녀 이정선 대표가 지분 53.3%, 이완근 회장이 15%를 갖고 있어 오너 일가 소유 회사로 분류된다.

신성씨에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 162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냈는데, 전체 매출액의 38%인 61억원이 신성이엔지에서 나왔다. 지난해 보고서를 제외한 가장 최근 보고서인 2012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신성씨에스는 당시에도 신성이엔지·신성솔라에너지·신성FA로부터 약 50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체 매출(51억원)의 98%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2019년부터는 신성이엔지로부터 매년 1억5000만원의 이자수익도 받고 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신성이엔지에 25억원을 빌려준 대가로 받는 이자 수익”이라며 “신성씨에스는 신성이엔지 이외에도 클린룸 사업과 관련한 여러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