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석래 효성(004800)그룹 명예회장과 오너 일가가 최근 그룹사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며느리와 손자까지 주식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주가 부양과 더불어 향후 있을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효성화학(298000) 주식 1130주를 매입했다. 조 명예회장은 취득 단가는 평균 16만4813원으로, 매입 총액은 1억8586만 원이다. 조 명예회장의 효성화학 지분율은 기존 7%에서 7.03%로 올랐다. 조 명예회장은 이달 6일부터 14일까지 지주사 ㈜효성(004800) 주식 3900주를 장내매수했다. 평균 매입단가는 7만3815원으로 총 투자금은 2억8769만원이다. 조 명예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9.64%에서 9.66%로 증가했다.

그동안 그룹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던 조 명예회장의 며느리이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부인 이미경씨도 지난달 처음으로 ㈜효성 주식 340주를 취득했다. 이달 6일과 13일에도 두 차례에 걸쳐 160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씨는 최근 효성화학 주식 200주도 사들였다. 지분율은 미미하지만, 그동안 외부 활동이 없던 이씨가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씨는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의 삼녀로 2001년 조현준 회장과 결혼했다.

(왼쪽부터)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 조현상 부회장./조선DB

조현준 회장은 최근 갤럭시아에스엠(011420)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29일부터 총 36영업일 동안 갤럭시아에스엠 주식 59만7533주를 매수했다. 총 투자금은 11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분율은 기존 7.07%에서 9.24%로 상승했다. 조 회장이 갤럭시아에스엠 지분을 매입한 것은 2015년 이후 7년만이다.

조 명예회장의 손주들도 조금씩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의 자녀 인영, 인서, 재현 3남매가 모두 ㈜효성과 효성첨단소재(298050), 효성티앤씨(298020), 효성화학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 조현상 부회장의 자녀 인희, 수인, 재하 등 3남매도 역시 지주사 및 계열사를 지분을 고루 매입했다. 이들은 대부분 지분율 0.1% 미만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3대에 걸쳐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점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주가 부양을 위한 책임경영’ 차원에서 오너 일가가 지분을 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매입이 많이 이뤄진 ㈜효성과 효성화학은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 지난해 9월23일 40만500원이었던 효성화학 주가는 이날 13만9000원을 기록했다. 효성화학은 지난 2분기 6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효성 주가도 같은 기간 12만2000원에서 7만3700원으로 하락했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연초 대비 30~40%씩 주가가 빠졌다.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지분 매입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조현상 부회장이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형제의 ㈜효성 지분율은 조 회장이 21.94%, 조 부회장이 21.42%로 비슷하다. 재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조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경영승계의 관건은 조 명예회장 보유 지분의 증여 또는 상속이다. 재계에서는 조 명예회장이 형제간 분쟁 없이 경영승계를 마무리하려면 보유 지분을 적절한 시점에, 두 형제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지분을 늘리는 것도 승계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면서 변수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그룹의 승계와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꾸준히 거론되고 있어 그룹 내에서도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