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 피해를 본 가운데 현대비앤지스틸(004560) 공장도 산재 사고로 멈추면서 스테인리스강(STS) 공급 우려가 불거졌다. 포항제철소가 정상화될 때까지 시장이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스테인리스(STS) 냉연 기준품목(300계)의 유통 가격은 지난 16일 톤(t)당 43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일 400만원을 저점으로 2주 동안 7.5%(30만원) 올랐다. STS 냉연 유통업체들은 t당 최대 20만원가량 추가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S는 일반 철강재에 크롬(Cr)과 니켈(Ni) 등을 첨가한 제품으로 내식성(부식에 대한 저항력)·내열성(고온을 견디는 능력)이 우수해 건설과 가전제품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인다. 전기차 배터리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크 소재로도 활용된다.
STS는 올해 초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으나, 경기 둔화 전망 속에서 지난 6월부터 재고가 늘며 시황이 꺾였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STS 냉연의 재고량은 19만6347t으로 전년 동기보다 37.1% 많았다. 포스코 등은 지난달부터 감산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니켈 가격이 반등한 데 이어, 포항제철소가 수해를 입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범람한 냉천과 STS 냉연공장이 인접해 피해가 컸다. 포스코는 오는 12월 초쯤 STS 공정을 모두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STS 냉연 생산능력은 국내 전체 업체의 50%에 육박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비앤지스틸도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국내 2위 STS 냉연 생산업체다. 생산능력 기준 국내 전체의 16%를 차지한다. 현대비앤지스틸 경남 창원 냉연공장에서 지난 16일 크레인을 점검하던 협력사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나자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안전조치 완료 후 조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으나, 재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요 업체의 생산 차질로 STS 가격이 뛰면 대양금속(009190) 등 다른 STS 생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다만 국내 업체보다 중국산 등의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STS 냉연 수입량은 19만5994t으로 전년 동기보다 39.8% 적었으나, 해외 시장에서도 재고가 쌓이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선 포항제철소가 정상화할 때까지 시장이 STS뿐만 아니라 다른 철강재 수급상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시장에서 포항제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며 "대기업과 달리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중견·중소기업은 철강재 공급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복구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해 국내 철강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우선 STS와 전기강판 등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하던 제품을 광양제철소에서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해외 생산법인 제품을 국내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