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규제의 기준 역할을 하는 총수(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경제계가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는 것은 사생활 보호의 원칙과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규정한 점 역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정부가 입법예고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공정위에 건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입법예고안에는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 범위 조정 ▲동일인관련자 중 사실혼 배우자 포함 ▲사외이사 지배회사의 원칙적 계열회사 제외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픽=손민균

먼저 전경련은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동일인의 친족에 포함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사실혼 관계가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경우에 따라 다르고 그 기준도 모호하여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사실혼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 보호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단순히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입법예고안은 사실혼 배우자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국세기본법·자본시장법), 사외이사에 취임하는 등(상법) 구체적인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에만 이를 규제하는 타 법령과 비교해도 과도하다"며 관련 조항의 삭제를 건의했다.

동일인 친족 범위를 현행 혈족 5촌, 인척 4촌에서 혈족 4촌, 인척 3촌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전경련은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촌수가 가까운 친족이라도 교류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족의 범위는 '직계가족'까지라는 한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입법예고안과 국민이 생각하는 친족범위 간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혈족 5촌·6촌 및 인척 4촌이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혈족 5촌·6촌 및 인척 4촌이 지배력 보조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기업들은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행정적 부담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은 친족 범위를 '동일인의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와 그 직계 존속'으로 축소하고 혈족 5촌·6촌 및 인척 4촌을 예외적으로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조항의 삭제를 건의했다.

이 외에도 전경련은 사외이사를 동일인 관련자에서 예외 없이 제외하고,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 유예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부담을 완화하고 대기업집단 제도를 합리화한다는 개정 취지에 맞게 경제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