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 발전량을 대폭 확대한 가운데 중국이 이 기회를 틈타 유럽 시장을 공격적으로 선점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 증설이 대부분 중국 몫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진입이 어려운 미국 시장이 사실상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1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對)유럽 태양전지 및 모듈 수출액은 115억달러(약 16조59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중국이 유럽 다음으로 태양전지와 모듈을 많이 수출한 나라는 인도(29억달러)인데, 유럽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모듈은 태양광 발전 공급망의 최종 제품으로, 폴리실리콘을 가공한 웨이퍼를 포장해 태양전지를 만든 뒤 이를 모은 것이다.

한화큐셀이 건설한 독일 브란덴부르크 태양광 발전소./한화큐셀 제공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환경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지난 5~8월 태양광 발전량은 99.4TWh(테라와트시)로 전체 전력의 1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77.7TWh·전체 전력의 9%) 대비 28% 늘어난 수준이며, 풍력(11.7%)과 수력(11%)보다도 높은 비중이다. EU는 태양광 발전 용량을 2025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유럽 시장을 등에 업고 올해 상반기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세계 최대 태양광 폴리실리콘 업체인 통웨이는 상반기에만 27억9600만달러(약 3조90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다른 폴리실리콘 업체 다코 역시 17억21억만달러를 벌었다. 이외 웨이퍼·모듈 분야에서 각각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룽지는 8억9600만달러를, 세계 최대 모듈 기업인 진코솔라는 3억47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 외 다른 국가의 태양광 기업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최대 모듈 기업인 퍼스트솔라는 올해 상반기에 77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한국 대표 모듈 기업인 한화솔루션(009830) 큐셀 부문 역시 지난 2분기 3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1분기 1142억원의 적자를 고려하면 상반기는 아직 적자다.

중국 기업의 압도적인 실적은 대규모 생산능력에서 나온다. 태양광 공급망에서 중국의 생산용량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폴리실리콘 78% ▲웨이퍼 97% ▲태양전지 85.5% ▲모듈 80.6%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태양광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이 가장 낮은 분야가 폴리실리콘이었으나, 대규모 증설로 2023년 이후 글로벌 폴리실리콘 공급에서 중국산 비중은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독점해 중국의 웨이퍼 공급 없이는 태양전지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태양광 공급망 독점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이 여전히 공격적으로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증설된 폴리실리콘 생산용량은 약 7만톤(t)인데, 모두 중국에서 이뤄졌다. 글로벌 태양전지와 모듈은 작년 대비 117GW(기가와트), 123GW씩 늘었는데, 이 중 중국 몫이 각각 90%, 92.7%에 달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미국에 18억달러(약 2조5141억원), 국내에 7617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지만, 과거 3위에 달했던 한화솔루션 모듈 생산능력은 현재 11위권에 불과하다.

결국 한국 태양광 기업들은 중국이 진출하기 어려운 미국 시장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태양광 발전이 성장하고 있지만, 원가 측면에서 중국 기업과는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전략적으로 공략 가능한 시장은 미국 뿐”이라며 “이를 위한 현지화 및 투자 확대와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