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그간 불모지로 여겨지던 소재산업에서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 전체에서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투자 유치 금액이 1년 새 5배 넘게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친환경 신소재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소재 기업 엘디카본은 지난달 18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엘디카본은 폐타이어를 열분해한 뒤 가공해 친환경 카본블랙을 만들어 국내외 타이어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카본블랙은 분말 상태의 탄소로, 주로 타이어 등의 충전재로 쓰인다.

엘디카본이 폐타이어를 가공해 만든 친환경 신소재 '카본블랙'. /엘디카본 제공

엘디카본은 지난해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에 선정됐고 올해엔 업계 최초로 친환경 소재 국제인증인 ‘ISCC PLUS’ 인증을 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로 엘디카본은 생산 설비를 확충할 예정인데 내년 상반기 준공이 완료되면 아시아 최대 규모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바이오 소재 기업 에이엔폴리는 지난 2020년 35억원 시리즈A 투자에 이어 지난달 106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에이엔폴리는 유기성 폐자원에서 나노셀룰로오스를 뽑아내 기능성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다. 나노셀룰로오스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폴리머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원료로 꼽힌다. 경량 복합소재, 포장재, 여과장치, 화장품, 의료용 생체재료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에이엔폴리는 지난 6월 아시아 푸드테크 스타트업 컨퍼런스 ‘퓨처 푸드 아시아(FFA)’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래픽=이은현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신소재 관련 스타트업에 총 414억원의 투자금이 모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억원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친환경 소재 관련 기업에 투자금이 집중된 모습이다.

신소재는 아니지만 친환경 원료를 활용한 포장 설루션으로 폐기물 감축에 기여하는 스타트업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6개월 안에 자연분해되는 식물성 원재료로 친환경 포장 제품을 만드는 그린패키지설루션은 누적 투자금 100억원을 확보했고, 써모랩코리아는 지난 2월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써모랩코리아는 폐종이를 활용한 종이 단열재를 개발해 친환경 배송박스를 만든 곳으로, 국내 대형 유통기업들에 박스를 공급해오고 있다.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팩을 세제, 샴푸, 화장품 등 포장에 활용하는 리필리도 지난달 8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스타트업 정보업체 스타트업레시피는 “지속가능 분야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이 아직은 소수이고 대규모 투자에 성공한 곳도 적지만,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소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온라인 배송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친환경 포장으로 이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 관심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