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국내 방역 서비스 시장에서 대기업과 기존 강자인 세스코와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영세·군소 업체들이 대기업의 방역소독업 진출에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대기업 퇴출로 인한 과실을 영세·군소 업체가 아니라 세스코가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세스코는 기업형 방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방역협회는 대기업이 방역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세스코 창업자인 전순표 회장은 방역협회 초창기 회장을 지낸 바 있다.

7일 업계와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방역협회는 지난 5월 8일 동반위에 방역소독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대기업이 자본·조직력을 가지고 뛰어들 경우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현재 시장에 진입해 있는 SK, 삼성, GS, 롯데 등 대기업 관계사들이 사업 철수 대상으로 올라 있다. 대기업 관계 방역회사는 캡스텍, HDC랩스(039570), 롯데하이마트(071840), 에스텍시스템, KT에스메이트 등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2월, 세스코 관계자들이 방역을 위해 서울 소공동 롯대백화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조선DB

협회 측은 현재 업계 1위인 세스코에 대해서는 대기업 계열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업 철수가 아닌 상생방안을 요구한 상태다. 동반위는 현재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오는 11월부터는 양측과 조정협의체를 열 계획이다.

현재 국내 소독업체는 1만개 수준으로 파악된다. 협회에는 전체 10% 정도인 약 800여곳이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측은 세스코도 업계에선 독점 대기업이며,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경쟁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계열 관계자는 "전체 국내 방역 서비스 시장에서 기업형 방역서비스인 해충방제 시장은 4000억~5000억원 수준이고, 세스코가 지난해 매출 3847억원을 올리며 전체 점유율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 외 시장을 나머지 약 1만개 방역업체들이 나눠먹고 있는 만큼 영세업체를 죽이는 주체는 대기업이 아니라 세스코"라고 주장했다.

기업형 방역서비스에서 세스코의 존재감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같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들 앱은 식약처 음식점 위생 등급을 받은 가게와 세스코 멤버스 마크를 획득한 가게를 별도 배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음식점주 사이에서는 "세스코 말고도 여러 방제회사가 있는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곳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세스코 마크만 노출되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현실"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배달의민족 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은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세스코에 등록된 가게 정보와 사업자 번호 등을 통해 자동으로 앱에 위생 정보를 노출할 수 있는 연동 기술만 갖추면 된다"면서 "다른 방역업체도 이 기준만 맞추면 언제든 노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T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적한 것처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시장은 영세업체들이 이익을 보기 어려운 시장인데, 대기업 등 경쟁사가 들어오는 걸 막음으로써 전체 시장이 커지는 것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역협회 회원사 대표는 "영업, 마케팅 자원을 가진 대기업과 손잡고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했는데 회원사 일부 의견이 전체 영세 방역업체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스코는 "회사는 1976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방제방역업체로서 산업을 만들어 왔으며, 방역소독업 하나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