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와 드라마들이 북미 시장을 강타하며 콘텐츠 시장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도와 러시아 등 그동안 ‘한류 불모지’로 여겨졌던 곳으로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수출국에서도 신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판매가 늘면서 콘텐츠 수출액은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이 제작해 2020년 방영된 드라마 ‘악의꽃’이 최근 인도에서 ‘거짓말의 두 그림자(DURANGA)’라는 제목으로 9부작으로 제작됐다. 현지 OTT인 ‘지파이브(ZEE5)’에서 지난달 19일 공개돼 인기작 순위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에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판권을 판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인도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15억달러(약 29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엔 작년보다 17% 커진 252억달러(약 34조5000억원)로 예상되고 연평균 13%씩 성장해 2024년에는 40조원이 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진행된 넷플릭스 연구에서는 2020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인도인의 수가 전년 대비 37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도 주목할 만한 시장이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디즈니와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 지역 서비스를 철수해 콘텐츠 시장의 공백이 생겼는데, 이를 국내 콘텐츠가 채운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러시아 1위 OTT인 ‘아이비(IVI)’는 현재 270여종의 한국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기황후’, ‘도깨비’ 등 드라마와 ‘택시운전사’, ‘올드보이’, ‘기생충’ 등 영화가 인기작으로 꼽힌다.
러시아 국영 TV채널 ‘페르비 TVC’는 EBS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방영 중이다. 채널 관계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한국 콘텐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수요가 많다. 유럽과 미국의 유명 제작사들에게서 콘텐츠를 제공받기 어려워진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며 “채널에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OTT로의 판매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판권을 수출해오던 국가에 TV 채널이나 넷플릭스가 아닌 신규 OTT라는 선택지가 생겨 판로가 넓어진 것이다. 국내에선 토종 OTT ‘티빙’에만 단독 공개된 ‘유미의 세포들’은 해외 플랫폼 ‘라쿠텐 비키(Rakuten Viki)’와 손을 잡았다.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는 티빙과 라쿠텐 비키에서 동시 방영돼 유럽과 북미, 동남아시아 등 160여개국에 서비스 됐고, 최근 종영한 시즌2는 공개 일주일 만에 미주·유럽에서 ‘톱 5′를 기록했다.
대만의 대표 OTT ‘프라이데이(FriDay)’는 인기작 1위부터 10위까지가 전부 한국 드라마, 예능이다. 일본 대표 OTT ‘유넥스트(U-NEXT)’에는 ‘여신강림’, ‘편의점 샛별이’, ‘별똥별’, ‘태양의 후예’ 등이 드라마 랭킹 10위 안에 들었다. 동남아시아 최대 OTT인 ‘뷰(Viu)’에는 ‘철인왕후’, ‘여신강림’, ‘펜트하우스’ 등 드라마와 ‘런닝맨’, ‘아는 형님’ 등 예능프로그램이 최대 히트작으로 분류돼 있다.
판로가 확대되면서 콘텐츠 수출 규모도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방송사업자의 콘텐츠 수출액은 2017년 2억8000만달러(약 3800억원)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지난 2020년엔 4억9000만달러(약 6700억원)를 기록했다. 수출 콘텐츠 중 68.7%는 OTT 사업자를 포함한 인터넷 기반 사업자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방송사를 통한 수출은 10% 내외였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의 전세계 순위를 보면 동남아시아나 중동, 남미 국가에서 항상 상위에 오르는데 최근엔 인도, 러시아 같은 불모지와 더불어 장벽이 높은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과 크로아티아, 체코 등 동유럽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