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상륙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산업 시설들이 멈춰 설 전망이다.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2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막바지 시설물 점검도 계속되고 있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오는 6일 일부 조업을 멈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가 태풍 경로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일부 공정을 가동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태풍 상황을 지속 점검해 가동 중단 범위나 시간 등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004020)은 직원 안전을 고려해 6일 오전 11시 30분까지 울산공장에서 강관과 경량화 제품 제조를 중단하기로 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인 가운데 부산항 5부두가 대피한 선박들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은 6일 오전에 거제 조선소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오후 1시부터 출근해 현장 점검과 작업 준비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6일 오전 조선소 직원들은 휴무하고, 오후부터 정상 출근하기로 했다. 조선사 관계자는 "당장 오늘 야간 당직부터 태풍으로 출퇴근이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안전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근무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선사 모두 이달 초부터 힌남노에 대비한 조처를 해왔다. 공통적으로 건조를 마무리한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 건조 중인 선박과 시설물을 고정하는 로프를 2배 이상 늘려 보강했다. 일부 자재 등은 안전한 내부 장소로 옮기고 공장 곳곳에 차수 설비를 설치했다. 이날 막바지 작업으로 침수나 정전에 대비해 비상전력 등을 점검하고 있다.

부산항(신항·북항) 컨테이너 터미널은 이날부터 컨테이너 반출입을 중단하고 항만을 폐쇄했다. 부산항에선 전날까지 선박 700여척이 부산항 내 피항지로 이동했고, 크레인을 비롯한 항만 시설물 등의 고정 작업이 이어졌다. 부산항만공사(BPA) 관계자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24시간 운영에 나섰다"며 "태풍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시설물을 재차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항도 전날부터 컨테이너 반출입을 통제하고, 항만 운영을 중단했다.

조선소와 항만은 태풍 상륙 시 대표적인 피해 시설이어서 더 긴장하고 있다. 힌남노가 경남 남해안에 상륙하는 시점과 만조 때가 겹칠 것으로 예상돼 '폭풍 해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바다를 끼고 있어서 강풍 피해뿐만 아니라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며 "과거 선박이 쓰러지거나 1㎞ 이상 이동하는 사고도 있었던 만큼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뉴스1

울산 석유화학단지 업체들도 태풍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주력 생산기지인 울산 콤플렉스(CLX) 내 항만에 원유선과 제품 운반선 입항을 제한하고 있다. 태풍 상황에 맞춰 야외 작업을 금지하는 등의 대처를 하기로 했다.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 등이 있는 여수 석유화학단지에서도 시설물 고정 작업을 진행하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6일 오전 7시쯤 남해안에 접근해 상륙하고 오전 9시쯤 부산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힌남노가 통과하는 동안 경남 해안 등에는 최대 순간풍속이 시속 145㎞~215㎞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시간당 2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