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고정익 생산 공장에서는 국산 전술훈련입문기인 TA-50의 조립 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었다. 축구장 3개 크기(2만1600㎡)에 길이만 180m에 달하는 전투기 생산라인에는 TA-50 전투기들이 줄지어 있었다. 각 공정에 배치된 전투기마다 KAI의 작업자들이 달라붙어 전선을 설치하거나 부품을 조립했다.
TA-50은 KAI가 최근 폴란드 수출에 성공한 국산 전투기 FA-50의 기본 모델이다. TA-50에 플레어 등 생존 기능과 무장 능력을 추가하면 FA-50이 된다. FA-50 등 KAI의 경공격기 총 48대는 폴란드에 수출될 전망이다. 이재윤 고정익최종조립생산팀장은 “고정익동의 두 개 생산 라인을 모두 가동하면 매달 TA-50을 최대 5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며 “폴란드 수출 물량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A-50 생산 라인 옆에는 올해 7월 시험 비행에 성공한 국산 초음속 전투기 보라매(KF-21)의 시제기도 있었다. 우리 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KF-21은 오는 2026년까지 2000번 이상의 시험 비행을 거쳐 비행 및 전투 능력을 검증받을 예정이다. KAI는 2032년까지 KF-21 총 120대를 생산해 군에 납품할 예정이다.
KAI에 따르면 전투기 생산 과정은 불꽃 튀는 용접 작업 대신 동체에 구멍을 뚫고 볼트와 리벳(나사 부품 종류)을 박아 각 부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TA-50 기준 동체에 뚫는 구멍만 4000개에 달한다. 동체에 구멍을 뚫는 작업은 특수 제작된 대형로봇드릴링시스템(LRDS)을 통해 이뤄지는데, 기존에 180초가 걸리던 작업 시간을 25초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전투기의 전방·중앙·후방 동체가 완성되면 일명 ‘동체자동체결시스템(FASS)’을 활용해 ‘메이팅’이라 불리는 결합 작업을 진행한다. 컴퓨터로 계산된 동체 간 접합 부위를 11개의 레이저로 정확하게 측정해 이어 붙인다. 과거에는 공정 내 크레인과 작업자의 수신호를 통해 결합 작업이 이뤄졌는데, FASS를 도입하면서 정밀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재윤 팀장은 “0.002인치의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전투기 조립 공정이 끝나면 마지막 절차인 ‘엔진런’이 이뤄진다. 엔진을 가동한 상태에서 동력전달장치, 연료, 유압, 전기 등 모든 계통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이날도 고정익 생산 공장 외부에 있는 엔진 성능 시험장에서 TA-50의 엔진 테스트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점화 없이 엔진을 가동하는 ‘모터링’ 작업을 거친 뒤 40분가량 두 차례 엔진을 점화하고 전투기가 최대 출력을 내는 애프터 버너까지 가동한다. 엔진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전투기는 도색과 시험 비행을 통해 최종적으로 출고된다. 이 과정까지 통상 30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KAI 회전익 공장에서는 국산 헬기 수리온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리온은 2013년 개발된 첫 국산 헬기로 시속 260㎞ 속도로 최대 450㎞까지 비행할 수 있고, 주·야간 악천후에도 안정적인 기동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현재 육군, 해병대, 경찰, 소방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종이다. 헬기도 전투기처럼 중앙 동체에 조종석과 꼬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20년 2월 새로 문을 연 회전익동은 기존 1개였던 조립 라인을 2개로 늘려 한 번에 10기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소형무장헬기(LAH)의 양산 준비 작업도 확인할 수 있었다. LAH는 육군 공중강습부대의 정찰과 엄호, 전차나 장갑차 공격 등의 임무를 맡게 될 차세대 무장헬기다. 국산 공대지유도탄 ‘천검’, 20㎜ 터렛형 기관총, 70㎜ 로켓탄이 탑재될 예정이다. LAH는 지난 4월 캐나다에서 이뤄진 영하 30℃의 극저온 비행 시험까지 통과하면서 운용 능력이 입증된 상태다. KAI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병삼 수출혁신센터 팀장은 “2023년 말부터 LAH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중동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LAH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관련 마케팅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